정부가 부처 고위 공무원에 대한 유관 분야간 교환 근무 인사를 시도함으로써 공직 사회의 고질병이라 할 '칸막이 문화'에 정면 도전하고 나섰다. 잘한 일이지만, 오직 그것만으로 성공을 기대한다면 그건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칸막이'를 잘하는 고위 공무원이 유능하다는 소리를 듣게끔 돼 있는 기존 평가 시스템은 어쩔 셈인가?'칸막이'라는 게 무언가. 그건 조직이 '가족' 개념으로 움직이는 조직의 공동체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게 가장 심한 조직이 대학교수 사회다. 교수들은 신임 교수 채용 시 유난히 '인간성'을 따진다. 물론 좋은 뜻으로 그러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그 인간성이라는 건 학과 교수들의 가족주의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가 하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적응력은 선배 교수들을 잘 모시고 인화단결을 잘 할 수 있는 품성을 요구한다.
조직 자체의 안녕과 평화만 생각한다면 그건 매우 현명한 채용 기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러한 채용 기준은 그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를 지적할 내부 비판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
공무원 조직도 마찬가지다. '칸막이 문화'가 발달한 조직은 인화단결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조직의 중상층부가 고시 기수나 학연에 따른 학번 등으로 엄격한 내부 위계질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경향은 더욱 강화된다. 조직의 권력 강화는 그 조직의 본원적 사명을 능가하는 절대적 가치가 되며, 조직 책임자는 그런 일을 잘할 때에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부문 조직간 조정과 타협을 중시해 전체 정부 조직의 목표 달성에 기여하고자 하는 어느 부문 조직의 책임자는 자기 조직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를 자제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대국적 자세는 그 어떤 평가에서도 실적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자기 조직 성원의 불만을 살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전반적인 조직 메커니즘의 관점에서 보자면, 칸막이 문화는 자기 조직의 발전과 번영을 위한 매우 합리적인 행위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평가 시스템의 개선 없이 칸막이 문화를 버리라고 요구하는 건 이타심을 가져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이상론이다.
일반 기업에서조차 권력이 막강하다고 소문난 조직일수록 가족주의나 공동체의식이 강한 문화를 갖고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런 조직에선 절대적인 상명하복(上命下服)만이 미덕일 뿐 내부 비판은 기대하기 어렵다. 고급 엘리트를 브레인으로 갖고 있는 대기업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이 없는 이유로 파산을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기존 회식 문화도 칸막이 문화를 강화 및 고착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다. 그러나 조직 책임자라면 회식이 얼마나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는가를 잘 알 것이다. 이는 칸막이에도 정체성 부여와 그에 따른 사기 진작이라고 하는 나름대로의 순기능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칸막이 문화의 개혁을 위해선 부처간 교환 근무 인사와 더불어 평가 시스템의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정보 공개의 내실화를 통한 행정의 투명성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공무원들의 '인정 욕구'를 바람직스러운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문화적 접근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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