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은 남녀 모두의 건강을 해친다. 그러나 보건 전문가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흡연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외국 연구에서는 여성 흡연자들이 폐암이나 방광암 같은 흡연 관련 암에 남성보다 더 쉽게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는 "여자는 남자보다 몸이 작기 때문에 같은 양의 담배를 피워도 남자보다 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녀의 흡연량이 비슷하다면 여성의 폐는 남성보다 작기 때문에 더 심각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여성건강 최대의 적
어린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담배를 더 많이 피운다는 최근 통계는 담배와 관련된 암 발생이 그냥 가능성만 제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한국갤럽이 공동 조사한 결과, 여중학생의 흡연율은 2002년 0.9%에서 2003년 2.3%로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중학교 2학년생(2003년 통계)의 경우 여학생은 2.0%, 남학생은 0.7%로 여학생 흡연율이 남학생을 크게 앞섰다.
금연운동협의회 이영자 교육부장은 "여중생이 담배를 피우는 시기도 점점 앞당겨지고 있으며 흡연량도 증가하고 있다"며 "흡연기간이 길수록 중독성은 더욱 심해진다"고 말했다. 성인 여성의 흡연율(3.5%:2003년 통계)이 남성(56.4%)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마냥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지 교수는 "여중생의 흡연율이 이런 상태로 지속된다면 자신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예를 근거로 보면 여성흡연의 정점은 남성흡연이 최고치에 달한 지 20년 후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가 적극적인 흡연 예방정책을 펴지 않는다면 앞으로 미국과 같은 패턴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남성흡연이 최고에 달했던 때는 1990년대 후반이다. 지교수는 "다행히 미국의 예를 따라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말했다.
여자가 담배끊기 더 어렵다?
여성의 니코틴 중독도 남성에 비해 더 심각하다. 지 교수는 "영국에서 임신한 흡연 여성을 대상으로 임신 후 담배를 끊었는지 추적 조사한 결과 85% 여성이 계속 흡연했다고 밝혀질 정도로 여성의 니코틴 중독은 벗어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임신 기간은 금연에 대한 동기 부여가 잘 되는 시기. 하지만 자신의 흡연습관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여성흡연율 감소는 기대하기 어렵다.
여성이 담배를 찾는 이유
한 연구에 따르면 여중생은 ①스트레스가 쌓여서 ②친구와 어울리기 위해서 ③끊을 수 없어서 ④살을 빼기 위해서 담배를 피운다고 응답했다. 이 교육부장은 "다이어트 목적으로 담배를 피는 여성도 상당수"라며 "담배광고에 매력적이고 날씬하고 건강한 모델을 등장시켜 흡연이 사회적 성취나 독립,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는 행동이라고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불행하게도 학교나 사회활동 참석률이 낮아지면서, 흡연율은 더 높고 더 반항적으로 바뀌고 있다.
담배 왜 끊어야 하나?
여성흡연자는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보다 사망 위험이 2배나 높다. 또 흡연은 여성 관상동맥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흡연량이나 기간에 따라 심장병 발생 위험은 달라지는데 핀란드의 한 보고서(영국 의학회지 1998년 7월호)에 따르면 여성흡연자는 남성흡연자에 비해 65세 이후 심장발작을 일으킬 확률이 2배나 높아진다는 것이다. 금연을 하면 심장병 발생 위험도 극적으로 낮아진다. 심장병 발생 위험이 금연한 지 1∼2년 안에 절반으로 줄어들며, 10∼15년이 경과하면 비흡연자 수준으로 떨어진다.
또 흡연은 폐암 자궁암 직장암 유방암 방광암 후두암 식도암 췌장암 위암 신장암 백혈병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강력한 증거들이 있다. 동일한 양의 담배를 피운다고 했을 때 여성이 남성보다 폐암에 걸릴 확률은 2.3배나 높다. 또 덴마크의 한 연구(미국 암학회지 1999년)에 따르면 폐경을 앞두고 있는 흡연 여성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에 비해 직장암 발생 위험이 6배나 높다는 보고다.
방광암 발생 비흡연자보다 2.5배나 높아
미국 국립암연구소 저널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방광암 발생 위험이 2.5배나 높아지며, 특히 여성은 동일한 흡연 습관을 가진 남성에 비해 훨씬 방광암 발생 위험이 높다. 전문가들은 담배에 들어있는 각종 발암물질이 방광암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여성 흡연은 여성의 에스트로겐 호르몬 수치도 떨어뜨리면서 생식능력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흡연 여성은 비흡연 여성에 비해 배란도 잘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기도 어렵다. 시험관 아기 시술 성공률조차 떨어진다는 것.
자궁외임신이 될 확률도 비흡연자보다 2.2배나 높고, 조기 폐경을 일으킬 수 있다. 유산 확률은 비흡연자보다 7배나 높으며, 불임 조산 사산 미숙아 출산 등 합병증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또 골다공증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미국 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흡연 여성은 월경증후군 증상도 훨씬 심하며, 이틀 이상 이런 증상을 지속한다는 것.
태아에도 나쁜 영향
임산부가 흡연을 하면 2,000가지 이상의 유해물질에 노출되는데 이중 태아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일산화탄소 니코틴 시아나이드 카드뮴 등과 같은 물질이다. 일산화탄소는 혈액 내 산소운반 능력을 떨어뜨려 태아에게 저산소증을 일으킨다. 또 임신한 여성의 흡연은 태반 박리, 전치 태반, 임신 중 출혈, 조기양수 파열 등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
지교수는 "흡연 여성일수록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특히 우울한 상태에서 흡연을 하면 비흡연자에 비해 자연억제(Natural Killer:NK) 세포가 감소돼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말했다.
흡연은 미용의 적이기도 하다. 조기 피부 노화현상을 촉발시켜, 주름살을 늘어나게 하며 산소결핍으로 인한 세포대사 작용의 방해로 피부색을 누렇게 만든다. 담뱃진의 찌꺼기가 혈관 벽에 변화를 가져와 혈류의 흐름을 방해함으로써 흉터가 크게 남을 수 있다는 것. 또 치아색을 누렇게 변화시키고 잇몸질환도 유발한다. 또 장기적인 흡연은 복부비만을 일으켜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성인병에 걸릴 확률도 높인다.
금연운동협의회 이영자 부장은 " 여성은 흡연으로 인해 남성보다 훨씬 많은 부분에서 피해를 겪게 되며 자신뿐 아니라 태아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담배는 또 흡연여성의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미쳐 갑상선 기능 항진 혹은 저하증세를 가져올 수 있다. 또 피부암 발생에도 흡연은 원인으로 작용한다.
담배 어떻게 끊나?
담배는 중독성이 너무 강해 일단 끊어도 3개월 내 다시 피울 확률이 평균 70%가 넘는다. 또 담배를 끊은 여성의 80% 이상이 두통 불안 집중력저하 어지럼증 불면증 우울증 소화장애 등 금단 증상을 호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보건사회사회연구원의 온라인 금연포털사이트 '금연길라잡이'를 운영하고 있는 송태민 팀장은 "라이프 스타일을 송두리째 바꿔야 담배도 끊을 수 있다"며 "중독증상 금단증상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뒷받침하고 지속적으로 강화시켜줄 수 있는 주변 도움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금연 커뮤니티에 참여해 전문가로부터 금단증상을 이겨나가는 방법에 대한 상담도 받고 담배를 끊으려는 사람끼리 서로 격려하고 조언하는 것도 담배 중독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방법의 하나"라고 제안했다. 요가, 명상 같은 스트레스 이완법도 금연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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