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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치료법 임상 막바지… 연구 가속도/암세포 임자 만났네… "킬러"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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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치료법 임상 막바지… 연구 가속도/암세포 임자 만났네… "킬러"가 뜬다

입력
2004.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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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세포 공동체(개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내부 반란자로, 현대인의 최대 공적(公敵)이다. 종양면역학의 시각으로 보면 돌연변이 세포인 암은 온몸을 정찰하는 면역세포를 교묘히 속이고 죽여가며 인체를 장악한다. 암에 대한 온갖 수술·항암요법이 발달했지만 어디로 전이돼 있을지 모를 암세포를 깡그리 찾아 박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최근 대안으로 연구되는 것은 면역치료다.신체의 방위군 면역세포

면역계란 우리 몸을 지키는 방위시스템. 그 전사들인 백혈구는 매우 복잡한 세포들로 구성돼 있다.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 외부 침입자가 들어오면 먼저 혈관이나 림프관의 '순찰대' 식세포(백혈구의 하나)들이 나서서 먹어치운다.

적은 외부 침입자만은 아니다. 세포가 죽은 뒤의 찌꺼기, 비정상적인 세포도 모두 공격대상.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총 60조개에 달하는데 끊임없이 탄생(분열)하고 죽는 도중 DNA 돌연변이가 일어나 암세포가 될 수 있다.

병원균이 침입했거나 돌연변이를 일으켜 비정상적이 된 세포들은 표면에 붉은 신호등(이종 단백질)을 켠다. 이 때 신체조직 곳곳에 얌전히 파묻혀 있던 '정찰견' 수지상세포가 나타난다. 손가락 모양의 긴 촉수로 이종 단백질(항원)을 인식한 정찰견은 바로 지역 사령부(림프절)로 보고를 띄운다. 곧 비상 경계령이 떨어지고 림프절에 주둔중인 정예군(림프구)이 나선다. T세포와 B세포다.

암세포와 면역세포의 전쟁

T세포는 체내에 총 2,000만∼4,000만개가 존재하는데 보직이 전문적으로 세분화돼 있으며 어떤 적군에 대해 누가 공격할 것인지도 제각각 나눠 맡고 있다. T세포에는 잘못된 세포에 구멍을 뚫고 독극물을 써서 죽이는 킬러 세포, 침입했던 적군의 정보를 가진 기억 세포, B세포에 무기(항체)를 생산토록 지령을 내리는 도우미 세포 등이 있다.

T세포는 적의 침투 사실을 보고받으면 며칠만에 1만배로 증강돼 공격에 나선다. 전쟁이 끝나면 늘어난 T세포들은 자폭하고, 일부만 기억세포로 남아 적군 파일을 하나 추가한다. 면역계의 정보파일은 1,000만 종류의 적군을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암세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암세포는 면역계를 조절하는 지령(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정찰견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따돌리며, 다가온 순찰대에 자폭(아폽토시스)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그렇게 방위군을 속이며 성장한 암세포는 아예 영양공급로(혈관)를 만들어 장기를 침범해가며 급속도로 증식하는 것이다.

체외에서 병력을 지원

그렇다면 아예 암세포에 대항할 수 있는 지원군을 신체 밖에서 넣어주는 것은 어떨까? 이것이 바로 한창 연구중인 '암의 면역치료'다. 한남대 미생물학과 배용수 교수가 동아제약과 함께 지난해 임상에 돌입한 '신장암 백신치료'를 살펴보자.

암 환자의 혈액에서 수지상세포만 7∼9일간 분화, 배양한 뒤 환자의 암세포 파쇄물과 반응시킨다. 이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한다. 적군의 냄새를 확실히 기억하는 대규모 정찰견을 파견함으로써 체내에 비상경계령을 울리게끔 하는 것이다. 수지상세포는 적군 정보를 T세포에 전달한 뒤 사멸하고, T세포는 군대를 증강해 암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배 교수가 진행중인 임상시험은 원래 체내에 있는 양보다 더 많은 1,000만∼5,000만개의 수지상세포를 총 8번 주입하는 것. 동물실험에선 폐까지 전이된 신장암 모델 쥐까지 완치됐을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게다가 T세포는 한번 인지한 적군을 영원히 기억하기 때문에 재발도 막을 수 있다.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과 김태규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군대를 지원한다. 곧 임상에 들어갈 예정인 'CEA 특이적 T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가 그것이다. 역시 환자의 혈액에서 수지상세포를 채집한 후 환자 암세포의 항원을 반응시켜 T세포를 배양하는 것이다. CEA 항원이란 대장암, 위암, 췌장암에서 95% 이상 나타나는 신호등. 즉 체외에서 공격대상(CEA 항원을 가진 암세포)의 특징을 일일이 교육시킨 특공대를 대량 양성해 체내로 다시 투입하는 것이다. 이 특공대들은 체내에 주입되자마자 암세포를 찾아 전투를 벌인다.

김 교수는 4,000만개로 늘어난 살해 T세포를 8차례 주입하는 방법을 계획해놓은 상태다. 인간에게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T세포의 양이 2,000만∼4,000만개이므로 상비군 전체에 맞먹는 특수 정예부대가 8번이나 파견되는 셈이다.

수년 내 치료 돌입할 듯

면역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이 없다는 점이다. 화학적 항암제나 방사선치료는 정상세포에 대해서도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환자를 녹초로 만드는 부작용을 낳지만 면역세포는 정보가 교란되지 않는 한 '우리 편'은 공격하지 않는다. 게다가 똑똑한 기억력 덕분에 재발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클 만큼 커진 암덩어리에 대해 기존의 표준요법인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대체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김 교수는 "현재의 암 표준요법인 수술과 항암·방사선치료는 암을 효과적으로 줄이기는 하지만 100% 제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면역치료가 이 간극을 메워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미 전이된 암세포는 수술로 제거할 수 없고, 분열속도가 낮은 암세포는 항암·방사선치료의 효과가 떨어지는데, 이 때 면역치료를 하면 남은 암세포를 찾아다니며 사멸시킬 수 있어 재발 위험이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암을 진단하는 동시에 암 항원을 검사하고, 여기에 반응하는 T세포를 배양하는 개인별 맞춤치료를 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 암에 대한 면역치료는 임상 막바지(3상)에 이르렀다. 미국 베일러대학 연구팀은 바이러스 관련 종양에 대한 임상연구를 100명 이상에 시행하는 등 연구가 한창이다. 배 교수는 "세계적으로 2,3년 뒤면 면역치료가 환자들에게 적용되기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돈만 챙기는 "설익은 면역치료" 조심!

"면역치료로 말기 암도 치료한다는데 효과가 있는 건가요?"

요즘 허대석(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에게는 이런 내용의 문의전화가 부쩍 많이 걸려온다. 최근 일부 바이오벤처들이 인터넷에 광고를 내며 암환자에 대한 치료를 암암리에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 교수는 이에 대해 "아직 의학계의 공인을 받지 않은 연구 수준의 치료에 대해 수천만원의 치료비를 받아가며 영리를 챙기는 일은 매우 부도덕한 일"이라고 말했다.

면역치료는 약사법의 규제를 받는 세포치료제에 속하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어떤 면역요법도 승인한 적이 없다. 한남대와 부산대 2개 팀이 임상시험에 대한 식약청 허가만 얻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 벤처들은 "암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모두 치료가 가능하고,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선전한다. 치료비는 2,000여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말하는 면역치료란 일본에서 90년대 후반 선풍적으로 연구된 자연살해(NK)세포를 증강, 주입하는 치료다. 허 교수는 "미국에서 80년대부터 LAK 셀, CIK 셀 등 활성화된 NK 세포의 항암 작용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엇갈리는 결과가 나와 큰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면역치료 연구자들조차 이 면역치료에 대해선 반신반의하고 있다. NK세포도 다른 킬러 T세포처럼 암세포를 공격하는 살해세포인 것은 사실이나 다른 T세포와 달리 특정한 공격대상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 배용수 교수는 "NK세포가 정상세포는 공격하지 않으므로 큰 부작용은 없겠으나, 치료효과는 홍삼을 먹었을 때와 비슷할 것"이라고 비유했다. 수지상세포, T세포를 이용한 면역치료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치료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환자 입장에선 효과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치료에 대해 고가의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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