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일하고 4일 쉬고 연봉 4,500만원(10년차 근로자)을 받으면서 55세까지 정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공장." 유한킴벌리가 시행중인 '4조2교대 근무'가 '고용없는 성장' 시대를 맞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고용모델로 부각되고 있다. 유한킴벌리 모델은 지난달 10일 이 회사 문국현 사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그 성과를 보고한 이후 정부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기로 의견이 모아진 상태이다.일자리 나누기에서 출발
유한킴벌리는 1993년 대전공장을 가동하면서 선진 기업들이 채용하고 있는 4조3교대 방식을 처음 도입했다. '4조3교대'란 기존 3개조 편성을 4개조로 늘려 3개조가 일일 8시간 교대근무를 하고 나머지 한조는 하루 휴무하는 근무형태다. 3조3교대에 비하면 고용인력이 33% 늘어나 '일자리 나누기'가 가능하고, 회사측은 고용부담이 늘어나지만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휴일 없이 공장을 풀가동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생산량이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당시 회사측은 군포와 김천 공장에도 이 방식을 도입하려 했으나 특근 수당 감소등을 우려한 노조의 반대로 시행하지 못했다. 그러나 외환위기이후 외국계 기업의 공세로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위기를 맞게 되자 노조가 자진해서 '4조2교대'를 역제의 해왔다. 이는 2개조가 1일 12시간씩 4일간 근무하는 대신 나머지 2개조는 그 기간 재교육을 받거나 쉬는 형태로 4조3교대와 근무형태만 바뀔 뿐 내용은 똑 같은 방식이다.
놀라운 성과
98년부터 이 제도가 시행된 이후 유한킴벌리는 매출 3,323억원 순이익 114억원(96년 기준)에서 지난해 매출 7,036억원 순이익 904억원으로 각각 212% 793%가 성장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포화상태인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기적적 결과다.
군포공장장 송명식 상무가 밝히는 비결은 단순하다. "종업원이 33% 늘어난 대신 종전 연간 260일이던 생산일이 360일로 늘어나 여기서만 생산성 38%가량 향상됐고, 휴무기간을 이용한 직원당 교육시간이 연간 300시간에 달하면서 직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안건수가 1인당 10건(실행건수 기준)에 이르는 등 총 50%의 생산성 향상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충분한 휴식으로 무재해가 610일 이어지면서 이로 인한 손실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반면 전체 비용 중 인건비 비중은 15%에서 20%로 5%포인트 정도만 늘어났다.
이 기간 임금상승률은 연간 평균 10%가량으로 지난해말 현재 이 회사 종업원들은 동종업종과 비교해 2배 가량의 임금을 받는다. 이윤증가·고용안정·임금상승의 3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셈이다.
유한킴벌리 방식 확산 가능한가
문국현 사장은 "현재 주당 56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276만명이고 44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는 867만명에 달한다"며 "이들의 근무시간을 40시간으로 단축하고 교대조를 하나 더 추가편성 한다면 당장 350만개의 신규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말한다. 문 사장은 교대조 증편을 통한 생산성 향상 효과가 나타나는데 약 1년의 기간이 필요한데 이 기간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보조해 준다면 보급이 빨라질 것이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 이호성 사회복지팀장은 "유한킴벌리식 일자리 나누기 시도는 폴크스바겐 등 유럽의 많은 기업에서 이미 시도했으나, 결국은 생산성 저하로 점차 용도폐기되고 있는 모델"이라며 "유한킴벌리의 성공은 CEO의 신념과 외환위기라는 시기적 상황이 맞물린 예외적 케이스"라고 회의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문 사장도 "예비조 도입은 우선 경영자가 노조원 확대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야 하고, 노조는 당장의 임금감소를 감수하는 결단을 내려야 실행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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