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영화 '실미도'를 관람했다. 개봉 15일만에 400만명이 관람했다는 기록에 걸맞게 영화는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남한의 684부대가 북한 주석궁 폭파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훈련을 받다 남북한 관계가 바뀌면서 억울하게 희생된다는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사실에다 약간의 허구를 가미한 솜씨가 빛을 발했다. 과장되고 어색한 구석도 있었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고, 감독의 연출력이 탁월해서 흥미진진하게 관람했다.그런데 종교인의 입장에서 한가지가 눈에 거슬렸다. 극중 배우가 북으로 침투하기 전에 마련된 회식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이다. 배우는 웬일인지 애국가의 '하느님'을 '하나님'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관객들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지나치는 눈치였지만 나는 종교의 다원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다. 국교가 없으며 개신교, 불교, 유교, 이슬람교 등 다양한 종교가 인정되고 있다. 물론 필자가 신앙하는 천도교도 인정 받고 있다. 자신이 신앙하는 종교만이 종교로서 유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의 소중한 가치인 자유를 구속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자신의 종교만이 옳고 다른 종교를 배척하는 풍조가 없지 않다. 지하철에서 혹은 거리에서 일부 종교인이 자신의 종교를 믿지 않으면 불행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개인 시간을 희생하면서 자신의 종교를 널리 알리는 활동은 존중 받을 일이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
종교의 자유란 게 민감한 사안이다 보니 어느 누구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영화 '실미도'에 나오는 '하나님' 표현에는 제작진의 특별한 의도가 깔려있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영화를 꼼꼼히 체크하지 않다 보니 생겨난 실수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대중과 직접 접하는 영화라는 매체에서 '하느님'이 '하나님'으로 바뀌어 신앙의 정체성이 훼손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종교의 다원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나의 신앙이 중요한 만큼 상대의 신앙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한다. 그것이 종교가 궁극적으로 가르치는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실천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오 훈 동 동학민족통일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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