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사진)이 축구 흥행을 위해 여자 선수들에게 섹시한 유니폼을 입혀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블래터 회장은 17일(한국시각) 스위스 신문 '존탁스블리크'와의 인터뷰에서 "여자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여자월드컵에서 화장품이나 패션회사를 후원사로 삼아 선수들이 좀더 여성적인 유니폼을 입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몸에 꼭 끼는 짧은 유니폼'을 예로 들면서 "배구에서 여자는 남자와 다른 유니품을 입고 있다"며 "요즘 예쁜 선수들이 축구선수로 활약하고 있어 그렇게 말한 것이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블래터 회장은 99년 미국여자월드컵에서 미국의 브랜디 차스테인이 경기도중 유니폼 상의를 벗는 골세리머니를 펼쳐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점을 감안해 마케팅 차원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여자 선수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 잉글랜드 여자대표팀 골키퍼인 파울리네 코페는 "블래터 회장은 도대체 제 정신이냐"며 "우리가 핫팬츠를 입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조롱이나 다름없으며 FIFA의 고위직 인사가 할 말이 아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노르웨이의 여자대표 리세 클라베네스는 "축구 유니폼은 실용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관중이 경기장에서 모델을 보기 원한다면 성인잡지 '플레이보이'나 사가지고 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잉글랜드 풀햄 여성축구단의 마리앤 스파이시 단장도 "관중은 여자선수의 옷차림을 보려고 경기장에 오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FIFA 홍보국은 "발언이 전달 되는 과정에서 다소 오해가 있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블래터 발언 파문'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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