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연주자는 두 부류가 있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연주자와 소수의 마니아들이 열광적으로 추종하는 연주자. 30일 저녁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 캐나다 출신 피아니스트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43· 사진)은 후자에 속한다.광적인 마니아들은 아믈랭을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음반을 들어본 사람들은 "그보다 테크닉이 뛰어난 연주자는 없다"고 단언한다.
왼손만으로 연주해도 마치 양손을 쓰는 듯한 능수능란함, 극악한 기교의 곡을 엄청난 스피드로 연주하면서도 낭만적 감성을 뽑아내는 '비르투오소(19세기 말 20세기 초의 거장 연주) 스타일의 재현자' 등 찬사는 끝이 없다. 얼마 전 타계한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해럴드 숀버그는 그를 '슈퍼비르투오소'라고 부를 정도였다.
아믈랭이 폭 넓은 인기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그의 음반이 마이너 레이블인 영국의 '하이피리언'에서만 나오고, 연주 레퍼토리는 많지만 대중적으로 익숙하고 쉬운 곡은 잘 연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한연주의 레퍼토리를 살펴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알캉의 '이솝의 향연', 리스트가 편곡한 슈베르트의 '세 개의 행진곡', 스크리아빈의 '소나타 7번 하얀미사', 고드프스키의 '쇼팽연습곡에 의한 53개 연습곡 중 7곡'. 모두 초절(超絶) 기교로 악명 높은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들의 작품이다. 이런 곡들은 작곡가들이 '나만이 연주 가능한 레퍼토리'로 삼으려는 듯 최고로 어려운 기교를 사용하도록 만들어졌다.
이제는 거의 잊혀졌지만 알캉은 리스트가 경계할 정도의 기교파였다. 폴란드 출신의 고드프스키(1870∼1938)는 어려운 쇼팽의 곡을 더 어렵게 편곡해서 치기로 유명했다.
아믈랭은 한 술 더 떠서 그냥 쳐도 어려운 고드프스키 편곡의 '쇼팽 연습곡'을 더 어렵게 편곡해 연주한다. 이 음반은 2000년에 유럽의 권위 있는 음악지 그라모폰의 연주부문상을 받았다.
이번 내한연주도 그가 오랫동안 작업한 'Composer Pianists'(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시리즈의 일환이다. 아믈랭의 음반은 국내에서도 구할 수 있다. (02)780―5054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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