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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사이언스]<4> 극초정밀의 세계 나노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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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사이언스]<4> 극초정밀의 세계 나노기술

입력
2004.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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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저장 용량과 메모리 기술이 경쟁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럼 과연 지금의 기술로 컴퓨터는 얼마만큼 작아지고 똑똑해질 수 있을까? 현재 사용중인 자성저장 매체로는 조만간 물리적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 나노과학이다. 나노과학이 여는 미래형 기억매체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자.인간의 역사는 메모리의 역사

신석기 시대의 원시인들도 그림을 그렸다.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대표적이다. 예리한 물건으로 동굴 벽을 긁어서 그린 선각화와 갖가지 물감으로 그린 그림이 수없이 많다. 선각화의 경우 평평한 면을 '0'으로 보면, 파인 곳은 '1'이다. 즉, 2진법을 활용한 디지털의 원리와 똑같다. 갖가지 자연 물감을 이용한 색깔있는 그림은 아날로그 세계에 비유된다. 이처럼 인간 역사는 기록, 즉 메모리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보기술산업의 발전은 디지털기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더 많은 정보가 만들어지고, 이를 저장하는 저장장치 용량도 커진다.

지금도 기술 발전으로 대용량 저장 장치는 계속 저장밀도를 늘려가고 있다. 현재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집적 회로의 최고 밀도는 1㎠당 3기가비트(Gb)이며, 최대 10Gb 수준까지 개발됐다. 즉, 1㎝갽1㎝의 면적에 100억개의 비트(이진수 0 또는 1의 정보를 저장하는 디지털의 기본 기억단위)를 담을 수 있다.

그럼 앞으로 개발 가능한 수준은 어디까지일까? 현재 기술로는 100Gb가 한계일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그 이상으로 세밀해지면 기억매체의 N극과 S극이 자성을 잃거나 잡음이 생기게 되고, 또한 작게 만드는 것 자체도 힘들다.

하지만 원자 1개를 기억매체로 사용할 경우 최고 100만Gb까지 기억밀도를 높일 수 있다. 즉, 1㎠당 1경(1015)개의 비트를 담을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나노과학기술이다. 여기서 나노란 10억분의 1이라는 단위로서, 나노과학기술은 이런 나노미터(㎚) 크기의 물질이 갖는 독특한 성질과 현상을 이용하는 과학과 기술을 말한다.

사실 현대 과학기술이 만든 제품이 모두 완벽하지는 않다. 열효율이 낮은 자동차는 대기를 오염시키고, 불완전한 컴퓨터는 계산을 잘해도 선택과 판단력은 뒤떨어진다. 또 많은 전자제품이 기능과 상관없는 열을 배출하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그러나 수억년 동안 진화해온 생체물질은 이보다 훨씬 효율적이며 생산적이다. 식물은 태양이 지구에 주는 에너지의 1/100정도를 사용하면서도 생물이 지구상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든다.

그러면 생체물질이 이처럼 완벽한 시스템을 가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생명을 이루는 물질은 스스로 원자와 분자를 질서있게 정렬시키고 배치시킬 수 있다는 것이 해답이다. 그런 생체물질의 '자가 조립'을 응용하는 것이 나노과학기술의 장점이다. 이제까지 소형화의 제조방식은 이미 존재하는 큰 물질을 쪼개 원하는 크기로 만드는 것이었다(top-down 방식). 그러나 나노과학은 원자나 분자를 모아 새로운 물질을 제조하는 방식(bottom-up)을 지향한다.

새로운 연결 방법 필요

이처럼 아주 작고 새로운 형태의 대용량 기억매체를 전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현재의 칩을 대체할 나노소자 칩을 개발할 수 있다. 그러면 이 칩은 현재의 고집적 회로 내의 트랜지스터 소형화에 따른 기술·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새로운 연결 방법이나 작동 논리가 개발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작은 나노소자라 해도 그만한 효용성을 가질 수 없다.

예를 들어 나노소자 크기가 1/100로 작아지면, 칩 안에 트랜지스터를 1만배 더 많이 넣을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모든 트랜지스터 작동을 조절하려면 당연히 컴퓨터 속도는 1만분의 1로 느려지게 된다. 저장밀도가 획기적으로 늘어도 속도가 느려진다면 아무도 이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형태의 정보처리 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또 나노소자가 아주 작아지면 소자 자체의 크기보다 소자 사이를 연결하는 선의 길이가 길어져, 전자 칩 안에서 선이 차지하는 부피가 소자들이 차지하는 부피보다 커지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 소자의 연결 개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연결논리와 위치제어논리를 개발해야 한다.

그 예로 소자들을 그룹으로 묶어 그 연결 부위에 판단능력을 주는 '분산된 지능을 가지 메모리 소자'의 논리도 주장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앙정보처리장치에만 의존하지 않아 속도가 빨라지며, 결함도 없앨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두운 곳을 들어갔을 때, 뇌의 지시를 받지 않고 눈의 시신경 자체가 명암 조절 기능을 가지는 원리와 같이 컴퓨터가 분산된 지능에 의한 빠른 판단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최근 나노과학계에서는 접근 방향이 아주 새로운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02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미국의 아이글러 박사의 분자를 이용한 디지털 소자, 독일의 헤르만 가웁 교수가 2003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발표한 단백질 분자를 이용한 모터가 그것.

이들은 3㎚ 크기의 디지털 소자로 논리 계산을 할 수 있게 하고, 단백질의 접힘(folding)현상을 이용해 수십 ㎚ 크기의 극소형 엔진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를 이용해 한 칩 내의 여러 곳에 분산된 지능과 동력을 가지고, 계산할 수 있고, 생체조직처럼 각각의 조직 부위가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 수 있을 날도 멀지 않았다.

국 양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물리학 박사

AT& T 벨 연구소 연구원

나노기억매체연구단장

고체물리 전공, 나노과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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