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북 송금 사건 관련자에 대해 특별사면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시기적으로 보면 상당히 민감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특사 방침이 정치적 여론 형성의 가장 큰 시장 역할을 해온 설 연휴를 며칠 앞두고 나왔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청와대 관계자들은 '호남 민심을 달래기 위한 총선용'이라는 야당의 비난에 대해 "그 같은 정치적 고려는 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하고 있다.
대북 송금을 둘러싼 의혹은 특검수사를 통해 이미 해소된 만큼 이제는 관련자에 대해 관용조치를 취함으로써 남북관계 진전 및 국내 화합을 도모하려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말이다.
노 대통령은 대북 송금을 통치권적 차원의 행위로 인정하지 않고 특검법을 수용했으나 사후처리에 있어서는 일종의 통치권에 해당하는 사면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설명은 특사 방침을 노출한 것만으로도 이미 절반 이상의 정치적 효과를 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노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사건 관련자들을 사면하려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노 대통령의 특검법 수용으로 배신감을 느껴온 '호남 민심'에 대한 화해 제스처로 비쳐질 것이 분명하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차제에 노 대통령이 DJ 대북정책의 계승자임을 더욱 부각시키려 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설사 야당의 반발로 특사 조치가 수포로 돌아간다 해도 호남의 반(反)한나라당 정서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민주당도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릴 수 있다.
청와대의 정치적 의도는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특보를 제외한 관련자의 형이 확정되지 않아 현재로선 사면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청와대가 의도하는 대로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맞춰 특사가 이뤄지기 위해선 이들과의 사전협의 등을 통해 상고포기 등 법적 절차가 선행해야 한다. 그래서 청와대의 특사 방침 공개가 관련자와 사전교감 아래 이뤄진 것인지의 여부도 관심이 간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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