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대북송금 사건 관련자 5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내달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이뤄진다는 이 특사는 몇 가지 대목에서 선뜻 납득이 안 되는 무리가 있다. 때문에 이 특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층과 호남지역 정서를 노린 총선 득표용 정략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게 한다.청와대측은 사건의 진실 규명이 주 목적이었고, 처벌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고 그 취지를 설명한다고 한다. 사건을 털고 가자는 원칙이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구상이 이렇다면 이는 엄청난 논쟁을 벌이며 특별검사를 도입하고, 대북관계의 손상을 감내하면서까지 권력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구하고자 했던 국민적 합의를 너무 가볍게 뭉개는 것이다. 이 사건의 관건은 대북송금이 권력집단의 범법행위인가, 대통령의 초법적 통치행위인가에 있다. 더욱이 사건은 아직 사법절차가 진행 중인 미결 상태이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국민적 공감대를 정치적 자의적으로 원용해 사면원칙을 세웠다면 이는 사면권의 오용이자 남용이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를 모면하기 위해 관련자들은 상고를 취하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한다. 설사 사면의 공감대가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만큼은 대법원의 확정판결이라는 최종 사법절차를 완결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떤 불법 수단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역사적, 사법적으로 규정해야 이 사건은 마무리된다.
그런데도 취임 1주년이라는 정치행사에 일부러 끼워 맞춰 사면을 해야겠다는 것은 4월 총선 일정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여권이 보유한 정치수단을 총동원하겠다는 '올인전략'에 불과하다는 것을 국민은 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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