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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주 교수의 헬스케어/긴장·집착은 금물… 돌연사 부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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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주 교수의 헬스케어/긴장·집착은 금물… 돌연사 부를수도

입력
2004.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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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무렵 입원한 여성 환자의 아들이 연구실로 찾아왔다. 증세가 많이 호전돼 곧 퇴원할 예정인 심부전증 환자였는데, "아버지가 갑작스런 사고로 사망해 어머니를 모시고 영안실에 잠깐 다녀오겠다"고 했다.말릴 수 없는 상황이어서 조심해 다녀오라고 했는데, 몇 시간 뒤 병원에서 급한 전화가 왔다. 심부전증 환자가 남편의 영정 앞에서 일어나다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손쓸 틈도 없이 심장박동이 순간적으로 완전히 멈춰버리는 '심실세동'이라는 부정맥이 나타난 것. 전기충격 치료를 곧바로 시행했다면 완전 회복할 수도 있었는데 조치가 늦었던 것 같았다.

이런 돌연사는 골프를 치다가 발생하기도 한다. 국내 통계는 없지만 일본에서는 1년에 100명 정도가 그린에서 퍼팅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돌연사한다고 한다. 흔히 돌연사라고 하면 격렬한 운동을 하거나, 마라톤 처럼 심장에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만 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평평한 그린 위에 가만히 서 있는 상태에서도 발병할 수 있다.

심장에는 심장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도 있지만 신경도 컴퓨터 만큼 아주 정밀하게 분포돼 있다. 이 신경은 뇌와 직접 연결돼 있어서 흥분하거나, 스트레스, 좌절, 공포, 기쁨, 환희 등에 따라 적절하게 심장이 반응하도록 해준다. 또 심장 자체에도 전기를 스스로 발생하는 작은 팥알 크기의 부분이 있어서 심장을 뛰게 한다.

퍼팅에 꼭 성공해야 한다는 지나친 긴장감은 (특히 내기 골프 때) 이러한 신경전기 계통을 극도로 흥분시켜 자동으로 심장을 보호하는 작용을 마비시키는 수가 있다. 어느 순간에 심장은 질서를 잃게 되고, 전기 상태가 뒤죽박죽이 돼 심장마비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순식간에 발생해 손 쓸 틈도 없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사망케 하는 이런 부정맥은 극도의 긴장 상태 뿐만 아니라, 희망이 없어진 상태에서도 잘 나타난다. 즉 이혼하거나 배우자나 가족과 사별했을 때, 부도 위기, 해고가 임박했을 때도 잘 발생하며, 극도의 증오감에 사로 잡혀도 자주 발생한다.

IMF 환란위기, LA폭동,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같은 사회적 불안이 높아질 때 돌연사가 30%이상 증가했던 것이 좋은 예이다. 골프칠 때 너무 경쟁의식에 사로잡히지 말고, 매사에 너그럽고 용서하는 마음을 갖는 것을 생활화하면 돌연사를 예방할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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