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전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의 판세가 시계 제로다.코커스 개최를 이틀 앞둔 17일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와 리처드 게파트(미주리)하원 의원의 경쟁이 될 것이라는 지난주까지의 예상이 깨지고 존 케리(매사추세츠)와 존 에드워즈(노스 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가세한 4파전 양상을 띠면서 치열한 각축이 전개되고 있다. 미 뉴욕 타임스는 4명의 후보가 오차범위 갻4%포인트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누가 선두를 거머쥐느냐는 후보 지명전의 초반 대세를 가를 뿐아니라 향후 선거 자금 모금 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후보자들은 총력을 기울여 자신을 지지하는 한 명의 유권자라도 더 당원 대회장에 내보기 위해 주말 총력전을 폈다. 후보들은 이른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아이오와의 도시를 버스로, 비행기로 누비며 각 공회당, 커피숍, 학교 앞 등에서 한표를 호소했다.
아이오와 주도인 드모인에서 발행되는 드모인 레지스터가 18일 발표한 여론 조사결과에 따르면 케리 후보가 26%의 지지를 얻어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그 뒤를 23%의 지지를 받은 에드워즈 후보가 따르고 있다. 지난 주 초까지 선두권을 유지했던 딘 후보는 20%로 3위로 밀려났으며 게파트 후보는 18%를 얻어 4위에 그쳤다.
또 뉴욕 타임스와 CBS 뉴스가 공동 조사한 지난주 여론조사에서는 딘 전 주지사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고 답한 유권자들이 이전 조사의 12%보다 8%나 늘어났다.
뉴욕 타임스는 딘 후보의 이 같은 추락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강력한 비난으로 지지층을 끌어 모은 그의 강점이 딘 후보 자신의 실수뿐 아니라 다른 후보들의 집중적인 공격으로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딘 전 주지사를 후보로 선택할 경우 11월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필패(必敗)할 것이라는 다른 후보들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결과로 보인다.
반면 케리 후보는 베트남 전 영웅으로서의 안보 이미지를 부각하며 초반 선거운동의 실수와 조직 내분을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에드워즈 의원은 아이오와 주에서 2위나 3위권을 지키더라도 자신이 주 타깃으로 삼고 있는 남부권에서 승리를 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 아이오와 코커스 略史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대선의 전초전으로 부상한 것은 1970년대 미디어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76년 이 곳에서 이변을 일으키며 1위를 차지,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아이오와 결과가 다음 투표지인 뉴햄프셔(프라이머리 방식·27일)에 영향을 미치고 두 곳의 판세에 따라 많은 후보들이 진퇴를 결정하는 수순이 굳어졌다.
그러나 아이오와 승리가 곧 후보 지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88년 리처드 게파트 하원의원은 1위를 차지했지만 곧 유권자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이 곳에서 80년 승리했지만 뉴햄프셔에서 로널드 레이건에게 밀린 뒤 대선 후보가 되지 못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반대로 88년 밥 돌 후보에 패했지만 결국 후보 지명을 받아 대통령에 당선됐다. 92년 부시 전 대통령의 재선을 저지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에서는 격차 큰 3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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