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8일 저녁 정동영 의장 등 열린우리당 새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함께 한 만찬은 시종'화기애애'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윤영관 전 외교장관 경질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진 주한미군 용산기지 이전 협상과 관련된 막후 교섭 내용을 털어놓는 등 우리당 지도부에 대한 신뢰감을 숨기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한미 연합사와 유엔사까지 남쪽으로 이전키로 한 한미간 협상 결과에 대해 "최선을 다했으며 (국민들이)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특히 "용산기지 이전 비용이 쟁점이었는데 우리가 용역을 제공해 클리어(명쾌)하게 정리됐다"면서 "기존 합의를 뒤집을 경우 외교상 일이 너무 커지게 돼 우리측 요구대로 환경조항을 새로 추가했다"고 합의 과정을 소개했다.노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북한에 대해 조그만 의심도 생기지 않고 신뢰를 쌓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는데, 북한이 뭔가 약간 생각을 잘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북한 문제로 억장이 무너지는 경우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노 대통령은 또 "미국은 북한을 여자로 비유, '나(미국)는 겁탈할 생각이 없는데 여자(북한)는 저 남자가 자신을 노려본다'고 계속 얘기해 답답하다는 입장"이라며 "북미간 입장이 상반된 만큼 일본·중국과 상의, 조금 더 발전적 안을 만들어 북·미를 끌어들이는 것이 남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정 의장 등이 '현장투어'를 설명하며 정부내 '민생경제특위 설치'등 적극적 협력을 요청하자, "공식적인 당정협의는 못하지만 민생 경제에 최대한 힘을 쏟겠다"고 말해 사실상 당정협의를 방불케했다. 노 대통령은 회동에 앞서 약 30분간 정 의장과 독대, "총선 전략 등에 대한 논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이날 만찬 행사에 대해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정 의장 등과의 만찬회동을 포함, 총선용 '식탁정치'가 20회에 달한다"고 비난했다. 민주당도 "청와대가 우리당 총선대책본부가 아니냐"고 힐난했다. 이날 저녁 6시30분부터 2시간 20여분 동안 계속된 만찬 행사에는 정 의장을 비롯한 우리당 6명의 상임중앙위원과 김근태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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