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불황을 이기는 기업/(주) 대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불황을 이기는 기업/(주) 대교

입력
2004.01.19 00:00
0 0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 규모는 연간 42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8%에 해당한다. 이중 한 축을 차지하는 것이 학습지 시장이다. 학습지 시장은 과외의 대체재(代替財)라는 성격 외에도 초·중·고생마다 '학습지 한두개는 기본'이라는 교육열풍에 매년 10%이상 급성장했다. 자녀교육이 만사에 우선하는 우리나라 풍토에서 보면 학습지 업계는 '불황 무풍지대'로 각광을 받아왔다. 이중에서도 월등한 시장점유율과 수익성으로 최고의 우량업체로 꼽히는 기업이 있다. '눈높이 교육'으로 유명한 (주)대교다.'눈높이'로 학습지 시장 정복

대교는 회원수 238만명, 시장점유율 46%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방문학습지 회사다. 지난해 8,139억원의 매출에 53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최고 호황을 누렸던 2000년 이후 가장 좋은 성과다. 불황 장기화로 업계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지만 대교만은 예외였다. 지난 3년간 영업이익률은 6.9%에서 8.2%로 오히려 높아졌고, 회원 1인당 연매출 역시 26만원에서 34만원으로 뛰어 올랐다. 지난해 한 월간지에서 조사한 국내 50대 우량기업 중에서 유수한 제조업체들을 제치고 17위에 오른 저력을 입증해 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탄탄한 실적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다음달 회비를 미리 받는 '선입금식 매출'을 올리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좋다. 대교의 부채비율은 70∼80%대로, 타 업체들의 절반에 불과하다. 월 회비가 2만∼4만원으로 저렴해 경기의 영향을 덜 받고, 2∼3년 이상 같은 학습지를 구독하는 소비자들의 성향도 안정적인 수익에 기여한다. 76년 국내 최초로 학습지 시장의 문을 연 선발업체로서의 유리한 입지를 누리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경영에 대한 객관적 분석만으로는 대교의 성공 비결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대교 경쟁력의 핵심은 전국 1만5,000명에 이르는 '눈높이 선생님'들이다. 이들은 91년 이래 이 회사의 간판 브랜드로 자리잡은 '눈높이' 전략을 현장에서 실천하고 있다.

방문교사 엄격한 자질 관리

아이들의 눈높이 시선에서 그림을 감상하겠다는 TV 광고처럼 철저히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눈높이 전략의 뼈대이다. 눈높이 선생님들은 학년에 관계없이 학생의 수준과 능력에 맞는 단계부터 학습을 시키도록 지도받는다. 또래에 비해 뒤쳐지면 기초실력부터, 앞서가는 경우에는 높은 난이도로 시작하는 개인별· 능력별 학습 전략이다. 이는 단순히 학교 수업을 보조하는 것에서 벗어나 집단형 교육에서 모자라는 부분을 보완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눈높이 선생님들은 자질 면에서도 엄격히 관리된다. 4년제 대졸 이상 학력자들이 자기 능력에 맞춰 수리와 어문 분야로 나뉘어 활동한다. 관련분야의 학위를 소지한 석· 박사출신도 100여명이나 된다. 가정방문이 없는 오전 시간에는 인터넷 '대교 사이버 대학'을 통해 재교육을 받는다. 과목별 최신 학습 이론 외에도 아동학습이나 심리, 생활지도론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 눈높이 선생님의 자기 계발 및 학습 교재 출판을 위해 200여명 규모의 교육연구소가 있다. 눈높이 선생님들의 평균 연봉은 2,200만원선. 각 지역에서 높은 성과를 올려 관리직으로 올라간 사람들 중에는 연봉 4,000만원대의 고수익자들도 있다.

온라인 교육과 해외 사업 확대

업계 최초의 가정방문식 학습법과 과목별 전문화 시스템 도입, 국내 최초의 해외 진출, 최초의 온·오프라인 학습체계 구축 등 수많은 '업계 최초'의 타이틀이 대교에게 돌아갔다. 올해엔 업계 최초로 경영전산화에 발을 내디뎌 전사적 자원관리(ERP)와 고객관계관리(CRM), 지식경영(KM)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음달 3일에는 역시 업계 최초로 증권거래소에도 상장될 예정이다.

대교는 향후 에듀피아닷컴(edupia.com)을 통한 온라인 교육사업과 해외 교민을 대상으로 한 해외교육사업의 확대를 꿈꾸고 있다. 특히 해외 사업의 경우 미국, 캐나다, 일본, 홍콩, 호주, 중국 등 교민이 있는 곳이면 대부분 진출했다. 또 학습지 사업의 노하우를 활용한 유아용 학습 교재 및 프로그램 공급 사업, 학력평가·심리적성 검사 사업 등에도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 강영중 대교 창업자

(주)대교의 창업자 강영중(55·사진) 회장은 동네 과외교사로 시작해 '학습지 재벌'이 된 입지전적인 사람이다. 그는 건국대 농대를 졸업하고 군복무(ROTC 10기)를 마친 1975년 서울 종암동에 작은 과외 공부방을 냈다. 이듬해인 76년 일본 구몬(公文)수학과 손잡고 서울 을지로에 '한국공문수학연구회'를 차려 사업의 기반을 닦았고, 특유의 '능력별 프로그램 학습방법'으로 공문수학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80년 신군부의 과외금지 조치로 그룹 과외 형식의 학습지 사업까지 금지되면서 강 회장은 한차례의 고비를 맞았다. 두 달간의 폐업 끝에 미리 문제지를 돌리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았다. 교육열은 높았으나 과외가 금지된 마당이었기에 금방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80년대 중반에 이르러 또 한번의 시련이 닥친다. 일본 공문수학이 '구몬'이라는 자기들 이름을 사용할 것과 로열티를 요구하고 나선 것. 과감히 홀로서기를 선택한 그는 브랜드를 포기하고 (주)대교의 전신인 '대교문화'를 설립했다. 91년 눈높이 철학에 입각한 '눈높이교육' 브랜드를 내면서 다시 도약했고, 명실상부한 학습지 시장 1위 기업으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쓰라린 실패의 경험도 있다. 94년 어린이들에게 과학 정신을 길러준다는 계획에 따라 엑스포공원 위탁경영에 손을 댔으나 1,000억원의 손해만 떠안고 물러났다.

강 회장의 재산은 7,000억원 내외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대주주 지분 정보제공업체 에퀴터블에 따르면 강 회장의 재산은 6,210억원으로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6,600억원)에 이어 국내 7위다. 내달로 예정된 (주)대교의 거래소 상장(주당 4만2,000원, 총 200만주)에 따른 간접적 평가익을 고려하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6,840억원)을 제치고 5위권 내에 들게 될 전망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