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호주 달러는 미국 달러 대비 33.8% 절상됐다. 남아프리카, 뉴질랜드, 브라질, 캐나다 등의 통화가치도 20% 이상 절상됐다.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를 생산하는 국가들이 가장 많은 수혜를 보고있기 때문이다. 진원지는 중국이다. 구매력 기준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2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왕성한 원자재 소화력이 이 같은 상황을 만들고 있다.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디플레이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통화·재정정책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조성했다. 유동성은 침체된 소비를 끌어올리는데 일정한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주택가격, 주식가격, 그리고 금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를 더 가파르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지리적으로 중국에 인접한 아시아 각국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비(非)아시아권 수출 경쟁국가의 통화가치 상승으로 두 가지 혜택을 동시에 누리고 있다. 소재와 에너지, 정보기술(IT)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직접적인 수혜와, 비아시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통화가치를 유지함으로써 수출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우리의 경우 지난해 달러 대비 원화가 거의 절상되지 않으면서 수출증가율은 2002년 대비 20%증가하였다. 중국의 덕을 톡톡히 보고있을 뿐 아니라,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가 점점 통합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원유와 국제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는 우리 경제에 적지않은 딜레마를 던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원유·원자재를 수입해 이를 가공해 수출하는 우리 경제의 성격상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높은 수출증가율에도 불구하고 교역조건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환율의 상대적 절하는 수출을 증가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상승하고 있는 원자재를 더욱 비싸게 만드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우리경제는 과거 수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지 못할 경우, 원화절하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오히려 국가의 부를 위축시킨 기억을 갖고 있다. 향후 경제상황은 이제 이 같은 구조적 단점이 여전히 남아있는가를 시험할 것이다.
국내투자자들은 외부 환경변화에 따라 이번에도 같은 전례가 반복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라진 주요한 변화가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국내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투자자들은 '한국 경제' 전체가 상승 트렌드를 갖췄었다는 확신은 없지만, 적어도 상승 트렌드를 갖춘 '한국 기업'은 늘어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것이 외국투자자가 한국 기업을 보는 시각이고, 한국투자자의 시각과 다른 점이다. 인식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낳는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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