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학기부터 학원 종합반을 다니고 있는 이모(경기 고양시 A초등 6년)군은 겨울방학을 이용, 별도로 수학 과외를 받고 있다. 학원 수학 과목의 진도가 이미 중학 3학년 과정까지 나갔기 때문에 중학 1, 2학년 과정에 대한 보충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군은 선행학습 진도를 따라가려고 또다른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방학 기간중 선행학습이 극성이다. 다음 학기 준비용 선행학습은 일반화한지 오래고, 예비 중학생들에게 중학 전 과정을 가르치는 '심화 선행학습' 과정도 생겼다. 선행학습이 학습능력을 향상시키지 못한다는 연구결과에도 불구, '우리 아이만 뒤처질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선행학습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학원들은 '선행학습 특수'를 누릴 수 있는 겨울방학을 맞아 경쟁적으로 특강반을 운영하고 있다. 특강반에서 다음 학년 1학기 내용을 가르치고 있는 서울 노원구 B학원 관계자는 18일 "새 학기 개학과 함께 시작될 강의에 앞서 핵심 내용만 간추려 가르치는 '집중 선행학습 과정'에 학생들이 몰렸다"며 "예전 경험에 비춰보면 이들중 상당수가 새 학기에 다시 같은 과목을 등록한다"고 말했다.
경기 분당의 수학전문 C학원의 경우 학년을 몇단계 뛰어넘는 선행학습 특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학 1년생이라도 중학 2학년 과정을 마쳤을 경우 중학 3학년 과정을 수강할 수 있는데, 이런 학생이 전체 수강생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02년 한국교육개발연구원의 추적 연구에 따르면 선행학습을 한 고교 2학년 그룹의 수학 성적은 2.47점 떨어진데 비해 일반 학생들은 1.57점 하락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불안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예비 중학생 아들을 둔 김모(43) 씨는 "대부분 아이들이 선행학습을 하고 있고, 학교는 진도나가는 데만 급급해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진도 따라가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인종 서울시 교육감은 "선행학습은 성적향상에 도움을 주지않고 과외로 인한 사교육비 부담만 증가시킬 뿐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며 "선행학습 근절 캠페인을 벌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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