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발(發) 반한 감정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에서 임금체불과 학대, 차별 대우를 경험하고 돌아간 외국인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반한 감정이 쌓여가는 가운데 급기야 테러 위협 사태까지 발생했다. 특히 정부의 불법 체류자 강제 단속으로 한국에서 쫓겨나는 외국인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동남아 지역에 체류하거나 여행하는 한국인들의 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18일 경찰과 대한항공에 따르면 8일과 16일 태국주재 한국대사관과 대한항공 방콕지점에 태국 반한단체 '아키아'(AKIA·Anti Korea Interests Agency) 명의로 '동남아 지역 한국기관과 한국 국적기 등에 테러를 가하겠다'는 내용의 협박편지가 배달됐다. 경찰 관계자는 "아키아는 한국에서 불법 체류하다 추방되거나 입국이 거부된 태국인들이 구성한 단체로 알려져 있다"며 "구체적인 실체나 구성원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현재 태국 경찰과 공조수사를 펴고 있다" 고 말했다. 경찰은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서 인천·김해·제주·대구공항 등지로 도착하는 주 190편의 국적 항공기에 대해 보안검색을 실시하는 한편, 폭발물 탐지기, 탐지견 등을 동원해 동남아인 승객들에 대한 검색도 강화했다.
그러나 이 같은 동남아발 테러 위협 등은 이미 예견돼 왔다는 지적이다. 필리핀 출신 노동자들과 함께 현지를 다녀온 대구 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 목사는 "현지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한국에서 비인격적 대우를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반한감정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태국 등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임금을 체불하고 달아나거나 현지 노동자들을 마구잡이로 다뤄 사회문제화 하면서 반한감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몽골을 방문한 회사원 정모(32)씨는 "한국에서 일하다 추방당한 현지 젊은이들은 한국인을 만날 때마다 자신이 한국에서 받은 부당한 대우를 말하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 위협을 느낀 적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김 목사는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된 40만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실체를 인정하고 이들을 평등하게 대우할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문제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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