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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정치는 TV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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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정치는 TV쇼가 아니다

입력
2004.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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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수습사원'이라는 TV쇼가 있다. 무려 21만명의 지원자 중에 선발된 16명의 젊은이들이 남녀로 나누어 매주 게임을 하고 성적이 나쁜 팀의 한 명이 탈락한다. 정해진 각본 없이 재벌총수가 매주 나와 지원자들의 업무능력을 테스트하는 실제 상황이 연출된다. 마지막에 살아남은 가장 우수한 한 명은 이 재벌총수가 소유하고 있는 한 회사의 사장으로 채용될 예정이다.첫 번째 과제는 하루 동안 청량음료를 거리에서 팔아 수익을 가장 많이 올리는 것이었는데, 남성팀이 처음부터 우수한 전략을 세워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여성팀이 압도적 차이로 이겼다. 여성들은 무려 다섯 배나 비싼 값으로 음료수를 팔 수 있었는데 음료를 팔면서 데이트신청을 받는다든가 키스를 한다든가 하는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업무능력과는 무관하게 결과가 결정되었다는 비판도 있고,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경쟁이 초래할 수 있는 비도덕성을 보여 준다는 해석도 있다.

시장의 경쟁 결과가 어느 정도까지 정당한 것인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여성 뿐 아니라 남성도 신체적인 매력이 있는 경우에 취업 또는 승진에서 덕을 보게 된다. 미국의 경우 다른 조건이 같더라도 매력적인 여성은 그렇지 못한 여성과 비교하여 9%의 임금을 더 받고 남성은 그 차이가 14%에 달한다는 경제학자들의 연구 결과도 있다.

직장에서 능력 못지않게 용모가 중요한 것이 현실이다. 이것을 노동시장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차별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 입장에서는 많은 고객들이 용모가 매력적인 사원들로부터 받는 서비스에 대하여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하려고 하는 것이 현실인 이상 용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청와대의 여성경호원 채용에서 용모와 키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이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용모와 키가 실제로 업무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면 고용주에게 채용의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이 새로운 인물의 영입에 열심이다. 특히 방송을 통해 알려진 아나운서나 사회자 출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지명도와 더불어 호감을 주는 목소리, 용모가 선거라는 '시장'에서 표를 받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연예인처럼 잘생긴 정치인들이 방송에서 이야기하면 호감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여성 공천비율을 크게 늘이는 것도 각 당들이 공약하고 있다. 여성의 정치 참여 비율이 너무 낮아 여성의원 수의 확대가 정치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임은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데 여성적 매력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주로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제를 통한 공천비율을 대폭 늘이자는 논의가 대세이다. 혹시라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여성들에게 특혜를 주어서 여성의원 수를 늘이는 방식이 되면 일시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여성이 경쟁에서 살아 남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각 정당이 자기들이 쉽게 이길 수 있는 텃밭의 지역구에 과감히 여성을 공천하는 게 정치발전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나타난 결과들은 대부분 어쩔 수 없는 것이며 사회가 인위적으로 규제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경계할 것은 인기영합을 위해 정치권에서 단기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 조장되면서 근원적이고 장기적인 해결책들은 뒷전으로 밀리는 경우이다. 여성대졸자들의 40% 이상은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경제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여성의원 수를 늘리는 것에 못지않게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종 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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