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 결과 불법으로 판단돼 중단하라는 공문을 정식으로 보냈습니다."15일 오후 6시께 기부금품 모집을 관할하는 행자부의 담당 사무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이날 오후 2시께 오마이뉴스 등이 진행중인 친일인명사전 발간기금 모금운동의 적법성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 듣는 얘긴데 곧 진상을 파악해 조치하겠다"고 말했던 터라 '중단조치'사실을 서둘러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공문사본을 팩스로 보내겠다"고 말하는 그의 말엔 '우리가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했다'는 자부심마저 엿보였다. 그런데 공문을 받은 지 4시간 여 만에 그는 다시 전화를 걸어 "재검토한 결과 순수한 모금운동으로 판단돼 중단조치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한때의 중단조치 소동이 네티즌들의 반발을 불러오자 16일 담당 국장은 "적법절차를 무시한 모금 행위를 중단하도록 한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이번 소동은 정권교체기 때 마다 공직사회에 만연한 '복지부동(伏地不動)'이 참여정부들어서도 여전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네티즌 1만5,000여명이 참여해 일주일만에 4억원 가량을 모금하는 '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주무 부서에서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10만원의 성금을 내면서도 자신의 관할업무인지, 불법사항인지 조차 모르고 있던 장관이나, 뒤늦게 사안의 민감성을 확인하고 금지조치를 취소하고 나선 주무과장이나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주최측이 행자부의 권유를 받아들여 적법절차를 거치겠다고 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대로 모금을 계속 하겠다고 했다면 과연 행자부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 수 있었을지 자못 궁금하다.
신재연 사회부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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