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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전재규 대원 부친 서울대에도 2억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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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전재규 대원 부친 서울대에도 2억 장학금

입력
2004.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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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약하지만 이 장학금을 통해 가정형편이 어려운 서울대생들에게 재규의 이름과 뜻이 영원히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재규가 하늘에서 아주 기뻐할 것입니다."16일 서울대 총장실. 지난해 말 남극의 혹한 속에서 동료를 구하려다 영면한 고 전재규 대원의 아버지 전익찬(56)씨는 정운찬 총장에게 장학금 2억원을 전달한 뒤 잠시 회한에 잠겼다. 전씨는 어려운 생활형편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보상금 중 상당액을 모교인 영월고등학교 동창회와 한국해양연구소에 이어 이날 서울대에 쾌척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말단공무원 생활에 집도 없는 형편이라 재규가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따뜻한 방에서 못 재운 것이 한이었습니다. 남들 다 보내는 유치원, 학원도 못 보냈으니 부모로서 평생 큰 죄를 졌지요." 아들의 입학식과 졸업식 이후 처음으로 죽은 아들의 모교를 방문한 전씨는 "아들 딸이 잘 자라 정말 돈 많은 사람 안 부러웠는데…"라는 대목에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전씨의 딸 정아(26)씨는 "기부금 쾌척은 어머니(김명자·46)가 더 원했던 일"이라며 "보상금은 오빠를 위해 다 써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전씨는 아들의 공부하던 연구실 등을 둘러본 뒤 아들이 몸 담았던 천문동아리에 별도의 지원금을 내놓았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아들의 사고 이후 염주를 끼고 있다는 전씨는 "재규가 법조인이 되길 원했지만 순수과학에 대한 열정을 꺾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집안이 어려워 유학은 엄두도 못 냈죠. 재규는 '남극에 다녀오면 취업이 잘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씨는 "장학금이 생전의 제 아들처럼 순수과학에 전념하는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고 서울대측은 "'전재규 장학금'의 이름으로 뜻을 따르겠다"고 동의했다.

"아들의 모든 것을 사회에 돌리고 싶지만 이젠 더 가진 것이 없다"는 전씨의 마지막 바람은 아들이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것이다. "아들이 국립묘지에 편히 잠들도록 매일 기도를 드리고 있다"는 그는 "영월지역의 독거 노인들을 도우며 남은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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