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버튼 러셀 지음·박태선 옮김 모티브 발행·1만원
많은 사람들이 유럽의 미주 식민지 개척을 선도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1451∼1506)가 항해를 통해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입증하려 한 인물로 알고 있다. 그의 항해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누구나 생각하고 있던 때에 이뤄졌기 때문에 더욱 위대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 역사학자인 저자는 그런 생각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의 발견자'라는 통념만큼이나 근거 없고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료에 근거해 피타고라스와 파르메니데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등 그리스 시대 철학자와 과학자 등은 모두 지구가 둥글다고 믿었고, 이 전통은 중세로도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신학의 기세가 등등했던 중세에도 대부분의 신학자들은 철학자의 의견을 무시하지 않았으며, 구형설을 상식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러면 중세 사람들은 온통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었다는 '플랫에러(Flat Error)'는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일까? 저자는 19세기의 중산층 자유 진보세력이 반이성·비과학주의에 맞서기 위해 자신들의 이상을 과거의 영웅들에게 투사하는 과정에서 콜럼버스의 신화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그 과정에서 콜럼버스의 이단을 심판하기 위한 위원회가 열렸다는 소설까지 등장했다는 것이다. 역사의 해석에 언제나 끼어들기 마련인 편견이나 왜곡이 콜럼버스의 경우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꼼꼼히 살필 수 있는 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