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취임 후 '현장투어' 등 다채롭게 펼치고 있는 행보를 놓고 정치권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생산적인 정책 제시보다는 너무 전시용 이벤트 행사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정 의장 등 신임 지도부가 16일 산업현장 시찰 목적으로 중국의 칭다오(靑島)를 당일치기로 방문한 것이 단적인 예. 정 의장 일행은 이날 산업단지와 직업 전문학교를 방문하고, 상공인들과 오찬간담회를 통해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애로를 들었다. 정 의장은 "이번 방문은 우리와 가까운 거리에 공장하기 좋은 곳이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일자리 창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며 "18일 노무현 대통령께 보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방문 전체 일정이 5시간, 산업단지 시찰 및 직업학교 방문 시간이 각각 50분, 40분에 불과해 중국의 기업 환경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함께 방문단에 합류한 삼성, 현대자동차측은 "방문 하루 이틀 전에 급히 연락이 왔다"고 밝혀 "이번 방문이 급조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 의장이 이날 중국 방문 후 가진 귀국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당을 세계 일류당으로 평가 받도록 모든 당직자가 삼성전자에서 1박2일 위탁교육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벤트 정치'의 우려를 낳게 하는 대목이다.
13일 입당한 박영선 전 MBC 앵커의 역할도 논란거리다. 박씨는 선대위 대변인으로 임명됐으나, "아직 선대위가 구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당은 당초 정쟁을 이유로 대변인제를 폐지, 박씨의 대변인 활동은 근거가 없다. 일각에선 "유명 방송인을 '얼굴 마담'으로 내세우는 이미지 정치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은 우리당의 이런 행보에 대해 이날 "개혁은 이미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 1년간 노무현 정권이 이미지 허상을 쫓다가 실패한 걸 다 알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정 의장의 '몽골기병론'에 대해선 "국민은 말이 없더라도 한 걸음씩 착실히 걸어가며 확실하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보병을 바란다"며 '로마 보병론'을 들고나왔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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