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맑아지면 사회가 맑아집니다."서울 강남구 포이동 능인선원 주지 지광(智光· 54·사진) 스님이 16일 외부감사제를 도입 하겠다고 밝혔다. 지광 스님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미 외부 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가 능인선원과 관련 3개 법인에 대한 감사에 들어갔다"며 연말에 사찰 재정을 신도회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능인선원의 외부감사제 도입은 송파구 석촌동 불광사(주지 지정 스님)에 이어 불교계에서 두 번째. 그러나 능인선원이 25만여 명(11만 세대)의 신도를 가진 강남 최대의 사찰이란 점에서 불교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에도 내부 감사를 계속해왔지만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감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신도들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지광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연초 종단의 부패를 막기 위해 직할 사암(寺庵)부터 외부감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중의 힘이 절대적인 교구 본사 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능인선원의 외부감사제 도입으로 총무원의 자정노력이 탄력을 받기 바란다"고 말했다.
1980년대 한국일보 해직기자 출신인 지광 스님은 84년 10월 서초동 무지개 상가에 신도 10명 미만으로 선원을 연 지 몇 년 만에 강남 일대에 불교 바람을 일으켜 최대사찰로 키운 '도심 포교'의 선구자다. 스님은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이고 싶다"며 "토인비가 말했듯 '종교는 시대의 정신'인 만큼 불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도 이런 자정 노력이 확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스님은 또 수도권에 석사·박사 과정의 불교전문 대학원대학을 건립할 예정이라며 교육인적자원부의 승인이 났으며, 부지를 추가로 확보해 연말에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전국의 4년제 대학 중 다른 종교재단이 세운 대학은 많지만 불교 재단이 지은 건 별로 없다"며 "불교적 건학 이념을 가진 종합대학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대학 건립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을 능인선원 재단에 이전하겠다고 덧붙였다.
능인선원은 올해 수원과 고양시에 포교당을 새로 짓고, 태국 방콕과 미국 뉴욕에 지원을 연다. "현재 달라이 라마와 틱낫한 스님이 세계 불교 시장을 양분하고 있습니다. 10년 후 이들이 가버리면 무주공산이 됩니다. 동양인 가운데 역량 있는 스님이 나와야 합니다. 한국 불교도 할 수 있습니다." 그가 올 3월 서울대 대학원 종교학과 석사과정에 진학, 영어로 논문을 쓰겠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조용히 살다가 표표히 떠나는 게 중의 삶이지만 제가 이 사회에 쓰일 수 있는 한 일해 보려 합니다." 한국에서 제일 바쁜 스님이라는 말대로 그는 간담회를 마치자 마자 방콕 지원 개원 법회를 위해 태국으로 떠났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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