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활성화를 명목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확장적 재정정책이 잘못됐으며, 참여정부의 이같은 재정정책이 계속될 경우 향후 5년간 중앙정부 채무가 93조원이나 증가해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16일 내놓은 '2004년 예산운용의 기본방향과 주요정책 실천방안' 보고서에서 "재정을 통한 경기조절은 외환위기와 같은 극단적 경우에만 사용해야 한다"며 "올해 성장률이 5% 이상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굳이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조절을 해야 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KDI는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부담의 급증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선제적으로 재정지출 축소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국민부담이 유럽국가 수준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KDI는 보고서에서 행정수도 이전, 10대 성장산업 투자, 지역균형개발 재정집행 등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사업으로 재량적 재정지출이 매년 9.7% 가량 늘어날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전제로 재정수지를 전망할 경우 2008년에는 통합재정수지(사회보장기금 제외) 적자가 23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중앙정부가 짊어진 채무도 급증, 2003년 말 146조5,000억원에서 2008년 말에는 93조원이 늘어난 239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KDI는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지출이 본격화하지 않아 재정지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3.3%로 미국(30.3%)이나 유럽 국가(40∼50%)에 비해 겉으로는 낮은 상태로 보이지만, 이는 통계적 착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KDI 문형표 선임연구위원은 "사회급여 지출을 제외하면 한국과 미국의 재정지출 규모는 GDP의 19.5%로 동일한 수준"이라며 "재정규모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DI는 또 잠재성장률의 하락,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재정부담, 공적연금의 암묵적 부채, 건전 재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 약화 등도 재정운영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재정적자 감축 목표의 설정 재정지출 규모 통제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KDI의 지적에도 불구, 기획예산처는 이날 내놓은 '2004년 통합재정수지 분석'자료에서 "사회보장기금과 공적자금 상환액을 제외한 올해 실질적 통합재정 적자는 GDP대비 0.5%(3조5,000억원)이며, 경기회복의 초기 단계인 점을 감안하면 적자 규모는 적정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예산처는 또 "소비·투자 등 내수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반기 중에 재정의 54.8%를 조기 집행할 것"이라며 확장적 재정정책의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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