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주권 이양 계획 수정을 위한 긴급 논의에 착수했다.미 군정은 당초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와 합의 아래 간접선거를 통해 과도의회를 구성하려 했으나 최근 이라크 내 다수를 차지하는 시아파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은 15일 워싱턴으로 급거 귀국, 조지 W 부시 대통령 및 콜린 파월 국무장관,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과 비상 대책회의를 가졌다.
브레머 행정관은 회의에서 난관에 봉착한 주권이양 계획을 보고하고 19일로 예정된 유엔―미 군정―이라크 과도통치위 3자 대화에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엔의 협조를 부탁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부시 행정부가 이번 갈등을 신속히 해결하지 못할 경우, 자칫 이라크 정책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음을 걱정하고 있으나 여전히 뾰족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라크 과도통치위가 혼란에 빠졌던 지난해 11월에도 브레머가 워싱턴으로 급거 소환돼 대통령 안보팀을 만난 뒤 지금의 주권 이양안이 발표된 점으로 미뤄, 이번에도 의외의 제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브레머의 귀국은 시아파 교도 3만여 명이 15일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서 간접선거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 것과 때를 같이 한 것이다. 바그다드, 모술 등지에서도 이날 시아파의 시위가 동시 다발로 일어나는 등 최근 들어 시아파의 직접선거 요구는 날로 거세지는 추세다.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 후세이니 알 시스타니는 미 군정의 주권이양 계획에 반대하며 직접선거를 통한 조기 총선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일단 19일 회의에서 유엔의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치안불안으로 이라크에서 철수했던 유엔이 다시 돌아와 선거 감독 등 중재 역할을 맡아 준다면 시아파의 반대를 무마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다.
미국은 이미 이런 뜻을 유엔에 전달했으며 이라크전으로 불편해진 유엔과의 관계 회복을 다각도로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캐나다의 이라크 재건사업 참여를 발표하며 프랑스 독일 등 반전국에 재건사업 참여 가능성을 내비쳤던 화해 제스처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엔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여전히 치안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중책을 떠맡기에는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유엔 고위관리는 15일 "(논의는) 아직 진행중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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