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관전하다 보면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흥분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볼을 빼앗기 위해 서로 다투고, 상대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몸을 날려 태클을 걸다 보면 몸싸움과 감정 대립은 피할 수 없다. 혈기 왕성한 선수들이 이따금씩 자제력을 잃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하지만 흥분은 절대 금물이다. 단순히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거나, 실수를 유발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한 순간의 흥분은 경기의 흐름을 바꿔 놓거나 경기 자체를 아예 망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선수라면 마땅히 경기 운영 측면에서 흥분을 컨트롤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23세 이하)이 15일 카타르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친선경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팀의 막내인 수비수 김진규(19) 선수가 전반 43분 파라과이 공격수와 심한 몸싸움과 신경전을 벌인 끝에 옐로카드를 받았다. 김 선수는 다시 후반 30분 상대 공격수를 거칠게 밀어붙여 결국 경고 2회로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전반 초반에 연속 실점한 후 한껏 거칠어진 파라과이 선수들을 상대하느라 몇차례 심한 몸싸움을 견뎌야 했고, 이 와중에 자신도 모르게 격한 행동으로 파울을 자초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게임을 리드하고 있어 경기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았지만, 다음 경기가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김 선수의 행동은 불필요하고 무익한 것이었다.
이는 경험 부족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지만 평소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화가 나거나 흥분될 때 자신과 경기, 팀의 미래를 위해 자제하는 법을 배워야 하지만 코칭스태프도 한 순간의 흥분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기회있을 때마다 가르치고 교육시켜 선수들이 마음을 다잡도록 해야 한다.
사실 선수들의 정신을 바짝 들게 할 교육용 사례들이 많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첫 경기에서 하석주 선수가 멕시코를 상대로 선취골을 넣은 뒤 흥분, 백태클을 시도했다가 퇴장당했다. 이 때부터 분위기는 상대쪽으로 넘어갔고 결국 1―3으로 패하지 않았던가. 만일 하석주 선수가 당시 조금만 자제력을 발휘했더라면 경기의 흐름이 바뀌어 첫 승을 올리고 16강에 진출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는 이을용 선수가 1―0으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선수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때려 레드카드를 받았다. 비록 이기기는 했지만 그후 한국이 어려운 경기를 했음은 불문가지다. 큰 선수가 되려면 볼을 컨트롤하기에 앞서 자신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선수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코칭스태프도 교육을 통해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점검해야 한다.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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