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일본측에 납치문제의 해결을 타진하고 있다.납치문제를 둘러싼 새로운 움직임은 미국 민간 대표단의 영변 핵 시설 방문을 허용한 것과 함께 다음 6자회담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북한의 외교공세이기도 해 주목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5일자 요미우리(讀賣) 신문과의 회견에서 "가능한 빨리 납치피해자들의 가족을 일본에 보내도록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교섭을 계속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북한측도 뭔가 현상을 타개하고 싶어한다는 움직임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미 민간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미 상원외교위원회 소속 의원 보좌관 2명도 14일 도쿄(東京)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들에게 "납치문제는 북한에 책임이 있다. 꼭 해결하고 싶다"는 북한 외무성 송일호(宋日昊) 부국장의 말을 전했다.
북한은 또 13일 마약밀매 혐의로 체포한 일본인 남자와 무단 월경해 입국한 일본인 여자와의 면회를 명목으로 북동아시아과 수석사무관 등 일본 외무성 직원 4명의 입국을 허용했다.
2002년 9월 북일 정상회담으로 납치문제가 불거진 이후 처음 방북한 일본 외무성 직원들은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간 공식 교섭의 재개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일에는 지난 1970년 일본 여객기 요도호를 납치해 북한에 망명했던 '적군파' 그룹의 자녀 6명도 일본에 귀국했다.
북한 외무성 정태화(鄭泰和) 북일수교전담대사는 지난해 12월 20일 중국에서 '납치의원연맹' 히라사와 가츠에이(平澤勝榮) 의원과 가진 비밀회담에서 "3월20일까지 가족을 돌려보내고 싶다"며 일본에 귀국해 있는 납치피해자 5명의 평양 공항 마중 사망한 납치피해자 8명의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 조사위원회 발족 등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납치피해자들과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아직 반신반의하며 가족을 돌려보낸다는 북한 정부의 공식 확약이 있어야만 평양 마중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탕자쉬앤(唐家璇) 전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1일 일본 연립여당 방중단에게 "북한이 여러 루트로 생각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4일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움직임이 다시 본격화함에 따라 '북일 관계 현황'을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도 표면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핵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계로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미국·주변국의 에너지·식량 지원 재개와 북한의 핵계획 포기 의사 선포 및 핵활동 동결의 동시행동 조치를 위해서도 납치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북한측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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