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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아파트에 '한옥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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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아파트에 '한옥 인테리어'

입력
2004.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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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당동 A아파트 장지수(53·가명)씨의 집을 처음 찾는 손님들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집안의 모든 창과 문은 한옥에서나 볼 수 있는 전통 창호로 장식돼 있고 바닥도 투박한 원목 마루로 깔았다. 문양이 아기자기한 원목 조명이 달린 거실 옆에 붙어있는 베란다는 편하게 앉아 차 한잔 할 수 있는 툇마루로 바뀌었다.“먼지가 많이 끼는 커튼을 떼버리고 싶어 한식 창호를 설치하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한옥 연구하시는 분들과 만나 상의해가며 조금씩 집을 바꾸어갔죠. 현관을 들어서면 저희 집은 한옥과 다름 없습니다. 보기 좋은 것은 물론 자연 친화적인 소재로만 꾸며서인지 가족들 건강도 한결 좋아진 것 같아요.”

한식 창호로 되살아 나는 가족사랑

답답한 아파트에 한옥의 지혜를 되살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식 창호를 붙이고 베란다를 올려 툇마루를 설치하면 가족의 정이 한층 두터워진다.

장씨처럼 전통 한옥의 지혜를 아파트에 되살리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신토불이’라는 말은 음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긴장을 풀고 하루의 가장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집이야말로 몸에 부담주지 않는 재질과 구조로 지어져야 안락감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법.

그러나 도시의 주류를 형성하는 아파트는 기능를 강조할 뿐 대부분 건강과는 거리가 멀다. 창문을 모두 열어도 바람이 흐르지 않고 시멘트 벽은 유해물질을 내뿜을까 불안하다. 게다가 아무리 오래가도 30년을 넘기지 못하니 100년은 끄덕 없이 버티는 한옥에 비해 튼튼하다고 할 수도 없는 듯하다.

아파트의 가장 큰 폐해는 가족간의 대화를 단절시켰다는 것이다. 한옥의 뚫린 창호문과 달리 꽉 막힌 아파트 방문을 잠그고 들어간 자녀가 그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도리가 없다. 집안의 모든 문을 구멍이 뚫린 한식 창호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가족 사이의 간격은 훨씬 좁아진다.

구식 미닫이문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일반 문과 같은 형식으로 맞추되 가운데 육각이나 팔각의 구멍을 뚫은 후 창호지로 마무리하면 한옥 분위기가 물씬 난다. 손잡이로 쓸 금속 고리를 거는 것도 잊지 말자. 창호지는 일년에 한 번 교체해준다. 온 가족이 모여 낙엽이나 꽃잎을 풀로 붙이며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창문도 한식으로 바꾸면 한옥식 문과 어울린다. 비바람을 막기 위해 바깥 창은 그대로 두되 안쪽만 한식으로 교체하면 여러모로 유용하다. 유리로 꽉 막혀 신선한 공기가 부족했던 집에 창호지로 마무리한 창문을 달고 맑은 날 바깥 창문만 열어두면 깨끗한 산소가 집안을 채운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안쪽에 아름다운 빛깔의 얇고 투명한 비단인 ‘갑사’로 마감한 창을 하나 더 단다. 갑사로 마감한 ‘사창’은 여름에 방충망 기능을 한다. 원래 있던 커튼은 떼버려도 된다.

천연 마감재로 건강하게

시멘트 벽, 화학재질로 된 벽지와 바닥재…. 유기농 식품과 천연 소재 옷으로 웰빙을 추구한다지만 화학 재질로 된 집안 마감재에서 오는 피해에는 무감각한 것이 사실이다.

오염물질을 뿜어내는 시멘트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고 싶다면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천연 진흙으로 벽을 한 겹 더 바른다. 물론 접착제는 쓰지 않고 물로만 개어 굳힌다. 살아 숨쉬는 진흙을 얇게 발라 그것이 마르면 그 위를 한지로 두 겹 정도 발라 마무리한다. 외풍 차단과 방음 효과도 탁월하다. 오래 기대어 앉아도 찬 기운이 가시지 않는 시멘트 벽과 달리 진흙벽에 등을 대고 있으면 따스한 온기가 스며들며 벽이 몸과 교감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진흙을 칠하기 어려우면 가는 나무 살로 끼워 맞춘 틀을 벽에 붙여 설치하고 그 위에 한지를 두껍게 바른다. 진흙 만큼은 아니지만 유해물질과 전자파를 어느 정도 차단해준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지 색상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보는 것도 운치있다.

마루 바닥은 역시 나무가 최고다. 나무는 혈액순환을 도와 아무리 오래 앉아있어도 발이 저리지 않는다. 방바닥엔 한지 장판을 깔되 화학 제품인 니스로 마감하지 말고 치자, 콩물, 들기름 등을 섞어 만든 100% 천연 소재 ‘콩댐’을 칠한다.

진흙으로 벽을 바르고 한지로 도배하는 등의 공사는 가족이 힘을 모으면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며 한옥문화원(www.hanok.org)에서 관련 강좌를 마련하고 있다.

한옥은 친환경 미래형 주택

한식으로 아파트의 틀을 잡았다면 소품도 어울리게 맞춰야 한다. 그렇다고 고가구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원목 가구는 살아서 숨쉬며 습기를 조절해줄 뿐만 아니라 전자파 흡수 기능도 있어 건강에도 좋다.

조명은 아래서 위로 밝혀주는 간접조명이 은은하다. 굴곡이 심하고 뚜렷한 서양사람과 달리 우리나라 사람의 얼굴은 둥글고 모나지 않아 위에서 내리 비추는 조명보다는 간접조명에서 예뻐 보인다. 스탠드 갓을 한지로 바꾸는 것도 예스런 분위기를 더하는데 한몫 한다. 인사동이나 황학동에서 구할 수 있는 한식 앤틱 소품이나 고가구로 포인트를 주면 금상첨화.

한옥 문화원 신영훈 원장은 “예전에 집을 설계하는 것은 살림을 맡아 하는 어머니들의 몫이었다”고 말한다. 집안 사정과 생활 패턴을 잘 아는 이가 지혜롭게 설계한 집은 그만큼 살기 편하고 몸에도 좋았다. 그러나 대량 생산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집은 가족보다 돈을 위해 지어졌다는 것.

“외국의 주택 박람회 등에 참가해 한옥을 선보이면 그들은 100% 자연 소재로만 지어진 우리나라 집이야말로 친환경 미래형 주택이라고 극찬합니다. 골격까지 뜯어고치지는 못해도 한옥의 지혜를 집 꾸미기에 활용한다면 가족의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자부합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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