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환율하락을 강력하게 틀어막았던 정부가 15일 원화가치 급등(환율 급락)을 막기 위해 역외선물환(NDF) 거래를 직접 규제하는 시장개입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정부는 "특정 세력의 환투기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지만, 외환시장에서는 "국제화·자유화·개방화 추세에 역행하는 반(反)시장적 조치"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규제의 배경
최근 역외 시장에서 외국인 투기세력이 달러 약세를 기대하고 일방적으로 NDF를 매도, 이를 국내 금융기관이 사들인 뒤 다시 현물환시장에 내다 팔면서 환율이 급락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관들의 NDF 매입에 제한을 가함으로써 환율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이번 조치의 취지이다. 통상 NDF 시세는 다음날 국내 외환시장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올들어 외국인들이 NDF를 대거 팔면서 국내 금융기관이 무려 20억 달러를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며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특정세력이 환율을 교란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의 하루 평균 NDF 거래규모는 13억4,000만달러로 전년대비 배 이상 늘었다.
"불가피한 조치" Vs "반시장적 정책"
외환딜러들은 "이번 조치는 NDF시장을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기존 정책방향과 전면 배치되는 이번 규제로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대외 신인도도 타격을 입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정부는 "대만과 싱가포르 등에서도 NDF시장에 규제를 두고 있다"며 "아시아에서 NDF를 통한 무제한 투기를 허용하고 있는 곳은 일본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처럼 '(달러)매도'는 그대로 놔두고 '매입'에만 제한을 두는 편파적 규제는 유례가 없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특히 싱가포르 등 국제자본의 유출입이 심한 나라와 우리나라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 외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장개입 후유증 우려
지난해에도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NDF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등 강력하게 환율을 방어했다. 한 외환딜러는 "작년 10월 중순 이후 약 3개월간의 정부 시장개입은 10년만에 처음 보는 아주 강력한 수준이었다"며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을 넘어서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환율 덕분에 수출은 좋았지만, 수입물가는 오르고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으로 채권금리가 상승, 내수에는 오히려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환율 전망
이날 환율은 개장직후 12원이나 올랐지만 차츰 상승 폭을 축소했다. 현재 국내 금융기관들은 NDF 매수초과(순매수) 잔액이 없으며, 매도초과 잔액만 60억∼70억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당국의 매수초과 포지션 규제로 인해 별다른 거래제한을 받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소리만 요란했을 뿐 정책의 효과는 별로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도 수출부양을 위해 강력한 환율 방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어서 환율 하락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 NDF(역외선물환)란 본국에서 거래할 때 생기는 세제나 운용상의 각종 규제를 피해 외국에 형성된 외환 선물환시장을 말한다. NDF는 만기에 계약원금을 상호 교환하지 않고 차액만을 정산하기 때문에 '차액결제선물환'이라 불리기도 한다. NDF거래는 일정기간 뒤 특정 통화를 정해진 값에 사거나 팔기로 미리 약정해 두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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