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도시민의 농지 소유한도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의 농지정책 전환은 개혁적이라 할 만하다. 5월까지 안을 만들고 연내에 농지법 개정을 거쳐 확정될 정부의 새 농지정책의 핵심은 한마디로 농지를 대폭 줄이는 것이다. 농산물시장 개방을 현실로 인정, 대규모 기업농을 육성하는 한편 농지규제를 대폭 풀어 농민들이 농외 소득을 얻도록 해 저소득의 농업에서 손을 떼게 하자는 복안이다.이 같은 정책 전환을 꾀하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농산물시장 개방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수입 농산물에 대항할 정도의 농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또한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전체 인구의 10% 가까운 농민들이 수익성 낮은 농업에 매달리는 바람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걸림돌이 되는 등 각종 사회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정부는 이런 걸림돌을 없애는 길은 농사짓는 사람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본 것 같다. 지난해 1인당 하루 평균 양곡소비량이 밥 두 공기도 안 되는 227.9g이라는 통계도 농지정책 전환의 당위성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전체 농지 114만㏊ 중 쌀 자급에 필요한 80만㏊만 남기고 34만㏊는 농지 외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위험하다. 규제란 한번 풀면 다시 묶을 수 없다. 토양 역시 한번 다른 용도로 쓰이면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 한번 잃은 농지는 영원히 잃어버리는 셈이다.
또한 농촌은 단순히 농사짓는 곳이 아니다. 자연환경의 순환과 복원을 가능케 해주는 생태공간이다. 생태공간이 파괴되었을 때 생길 유·무형의 피해도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식량 자급문제, 국민건강, 환경보호 등 경제논리로만 다룰 수 없는 농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한, 보다 넓은 시야의 농지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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