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통령의 업무 수행에 대한 여론 조사가 처음 실시된 때는 프랭클린 루즈벨트(공화·32대) 대통령 시절로 올라간다. 그 때 이래 임기 3년을 끝낸 시점에서 국민들로부터 51% 이상의 업무 지지를 받은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경우는 지미 카터(민주·39대)가 유일하다. 1979년 카터의 업무 지지도는 54%였다. 그러나 카터는 이란 인질 사건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과 계속되는 국내 경제의 침체로 지도력이 실추된 상태에서 1980년 대선을 치러 로널드 레이건(공화·40대)에게 패배했다.예외는 이 때뿐이다. 1963년 존 F 케네디(민주·35) 대통령 서거로 대통령을 승계한 린든 존슨(민주·36대)은 케네디 암살 한 달 뒤 74%의 업무 지지를 받았다. 10개월 뒤 치러진 선거에서 공화당의 베리 골드워터 후보를 압도적으로 물리친 것은 물론이다. 레이건 대통령과 빌 클린턴(민주·42) 대통령도 거뜬히 재선에 성공했다.
3년 재임 직후 지지도가 정확히 50%였던 두 명의 대통령은 당락이 갈렸다. 리처드 닉슨(공화·37대)은 재선에 성공했으나 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 부시(공화·41대)는 낙마했다.
이런 전례를 적용한다면 지난해 말 63%의 업무 지지를 받은 부시 대통령은'재선 안정권'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부시는 11월 대선의 두 쟁점인 안보와 경제 양면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승자를 점치기에는 이르다. 적어도 3, 4월의 여론 동향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재선에 실패한 카터와 아버지 부시는 선거해인 4월 39%의 업무 지지도를 받았다. 1968년 3월 업무 지지도가 36%였던 존슨 대통령은 아예 대선 출마를 포기했다. 1952년 3월 한국 전쟁 여파로 해리 트루먼(공화·33대) 대통령의 인기는 25%로 곤두박질했다.
그도 뉴 햄프셔 예비선거에서 패배한 뒤 재선 도전을 접었다. 여론 조사가 선거의 판세를 점치는 데 유익한 자료이지만 선거 결과 자체는 아니다. 선거에는 항상 예상외의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 어떤 변수들이 나타날지를 지켜보는 것도 미 대선을 흥미롭게 관전하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김승일 워싱턴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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