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몽골이 침입해 수많은 우리나라 여성들을 겁탈하고 심지어 몽골까지 끌고 갔다. 수년 후 이들이 귀향했을 때 대부분의 부모, 남편들이 압록강까지 마중을 나갔다고 한다.반면 임진왜란 때 겁탈당한 많은 여성들은 부모와 남편의 멸시 때문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보다못해 선조가 강간 당한 여인을 후궁으로 맞이했다는 야사가 전해진다. 어처구니 없는 일로 보이지만 수백년이 흐른 지금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부부간의 성적 갈등은 때로 불필요한 죄책감 때문에 발생한다. 결혼 전의 순결 문제 때문에 평생을 남편에게 억눌려 살거나 여성의 성적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성적 욕구가 너무 강해서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문제지만 반대로 욕구가 너무 약해서 불안감을 가지는 경우에도 원만한 성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
남성도 마찬가지이다. 결혼 전의 자위행위에 대하여 죄책감을 가지면 발기부전이 발생하게 된다. 성적 죄책감은 현재의 문제를 야기하고 미래에 더 깊은 골을 만드는 나쁜 고리를 형성하게 된다.
과거 어머니들은 딸에게 “남자는 치마만 걸치면 무조건 색정을 느낀다. 여성은 항상 몸가짐을 정숙하게 해야 한다” 고 어려서부터 입력시켰다. 물론 생물학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여성은 성적반응을 억압하는 능력이 더 강력한 반면 남성은 성적 행동에 대해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다고 성을 지저분한 것으로 인식시키는 것은 큰 문제다. 잘못된 교육과 학습은 불필요한 죄책감 또는 공포심을 조성하고, 이것이 앞으로의 성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불쾌한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밝은 앞날만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성이란 남녀의 조화이다. 서로가 대화하고 협력하면 성취되는 것이며 만족과 불만족은 결과적으로 부부 모두의 책임이다. 성생활 만큼은 “내 탓이요, 내 잘못 때문이요” 가 필요 없다.
/조수현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성상담ㆍ치료클리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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