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바쁜 도시 뉴욕에서 그들은 ‘게으름’을 가지고 왔다. 지난 7일 코엑스에서 열린 부부디자이너 강진영-윤한희의 ‘오브제 바이 와이앤케이(Obzee by Y&Kei)’ 첫 패션쇼 무대. 1920년대 빅밴드의 경쾌한 스윙밴드를 배경으로 등장한 모델들은 놀랄 만큼 매력적이고 섹시했으며 동시에 한없이 나른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거미줄처럼 섬세한 레이스에 실크를 덧댄 블라우스와 재킷들, 화려한 프린트 원단에 기계주름을 잡은 시폰 통바지, 발목까지 치렁치렁하게 늘인 술달린 실크쇼올들은 어두운 조명아래 신비롭게 빛을 발했다. 국내 캐릭터브랜드시장의 개척자로,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뉴욕컬렉션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인물로 유명한 강진영-윤한희 커플의 지향점이 오트쿠틔르적인 감성에 꽂혀있음을 보여준 무대. 두사람은 이번 쇼를 ‘디지털시대의 속도전에서 슬쩍 비켜서 음미하는 아날로그시대의 향수’라고 요약했다.
“사람의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그리워지는 시대예요. 붕어빵 같은 기성품에서 벗어나 뭔가 특별한, 감성이 녹아있는 것들요. 그간 오브제는 소비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한국적 상황에 맞추다 보니 독창성을 밀고 나가는데는 한계가 있었어요. 오브제 바이 와이앤케이로의 혁신은 독창성을 통해 이제 세계시장을 공략하려는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두 사람은 1993년 ‘오브제’를 내놓으면서 소위 ‘공주옷 신드롬’을 일으킨 디자이너들이다. 장식없는 단순미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이 주도하던 시대, 화려한 러플과 코사쥬, 레이스 장식, 치렁치렁하게 꼬리를 늘이거나 패티코트를 넣어 부풀린 치마 등 수공예적인 기법이 절묘하게 믹스된 오브제는 젊은 여성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 성공을 기반으로 두 사람은 2002년 2월 뉴욕컬렉션에 진출하고 뉴욕에서 ‘Y&Kei water the earth’라는 브랜드를 창설, 현재 소호에 사무국과 매장을 두고있다.
오브제 바이 와이앤케이는 오는 봄시즌부터 기존 오브제와 뉴욕브랜드인 와이앤케이 워터디어스가 한 매장에서 판매되는 일종의 편집매장 브랜드로 선보인다. 두사람은 “명품과 염가브랜드로 이분화하고있는 국내시장에서 어떤 명품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성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