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지역에 외국어고를 설립해 우수 학생들을 다 뽑아가면 다른 학교들은 모두 열등학교가 된다." 경기도가 최근 내놓은 특목고 증설방안을 두고 일선 학교와 교육단체들이 '공교육 파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도가 내놓은 방안에 따라 시별로 외고가 1개씩 생기면 일반계 고교나 중학교의 교육이 연쇄적으로 파행을 빚게 된다는 주장이다. 경기지역의 특목고 논란은 고교 평준화에 대한 근본적인 이념차이를 드러내고 있어 특목고 벨트를 꿈꾸는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로까지 확산될 전망이다.도가 '교육혁신 지원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이 방안은 현재 10개인 특목고를 2010년까지 26개로 증설하는 것이 골자. 특목고 중에서도 가장 집중적으로 육성되는 것은 외고로, 현재는 고양 안양 과천 의왕 등에 4개에 불과하지만 2010년까지 13개교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도내 평준화 지역인 8개 시의 일반계 고교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해당지역에 외고가 들어서면 학생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나머지 학교의 정상적인 공교육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부천시 A고 진학담당 교사는 "우수학생들이 외고로 몰릴 것은 뻔한데 나머지 학교는 열등감에 빠진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하라는 것이냐"며 "공교육은 이제 시궁창에 내팽개쳐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년에 외고가 들어설 예정인 성남시의 B고 교장은 "현재도 실업고는 인문계에 밀려 정원미달에 시달리고 있는데 외고마저 들어서면 더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외고 증설로 중학교가 입시교육기관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잇따른다. 도교육위원회 C교육위원은 "평준화 지역에 들어서는 외고는 명문고로 인식돼 중학교 사이에 입시과열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며 "입시기관으로 변한 외고가 연쇄적인 파행교육을 불러오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C위원은 이미 도교육청이 설립을 확정한 5개 특목고의 2005학년도 개교 등 무분별한 특목고 증설 계획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전국교직원노조 경기도지부도 특목고 증설에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도지사 퇴진운동까지 벌인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우려와 관련, 도교육청은 공교육 투자를 확대, 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연간 2,000억원을 들여 과학·영어교육 선도학교에 지원한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도교육청 관계자는 "대부분 예산을 우선 시급한 학교설립에 배정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선도학교 지원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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