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앞 '열린 시민마당'에 높이 2m짜리 문이 하나 세워졌다. 학사모를 쓴 한 청년이 돌진해 닫힌 문을 부수자, 100여명의 젊은이들이 함성과 함께 '취업의 문'을 통과했다. 한계상황에 이른 청년실업의 해소를 촉구하기 위해 열린 취업 기원 현장의 모습이다.지난달 현재 청년 실업자 수는 43만2,000명, 실업률은 8.6%에 달한다. 1999년 이후 최고 수치다. "청년실업률만 놓고 보면 지금 한국사회는 혁명직전의 상황"이라는 한 학자의 경고가 단순한 수사로만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일자리 만들기 정책을 최우선 순위에 놓겠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사정 때문일 것이다. 재계도 모처럼 만에 구체적인 고용창출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화답했다. 노사정 위원회도 13일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을 만들기 위해 기초위원회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실로 '2002 월드컵' 기간이후 처음으로 국론이 통일된 것 같은 분위기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노사정 3자간의 불협화음은 여전하다. 재계가 "기업하기 좋은 여건부터 만들자"고 말하는 반면, 노동계는 "기업의 해외탈출부터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총선을 의식한 탓인지 임시직 고용 등 단기대책 마련에 급급하다. 자칫 일자리 창출도 현 정부 경제정책의 난맥상을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가경쟁력 회복 없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묘안은 없다. 정부는 성급한 대증요법에 대한 유혹을 떨쳐버리고 노사 사이에서 '공정한 심판'으로서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에 앞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기본기부터 다져야 할 때다.
정영오 경제부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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