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 외교장관의 경질을 가져온 외교부 당국자의 '대통령 및 외교정책에 대한 폄하 발언' 파문의 이면에는 외교 현안에 대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외교·국방부간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가장 가까운 예는 이라크 추가파병. 지난해 9월 미국의 추가파병 요청 사실이 알려진 뒤 외교·국방부 실무진은 '전투병 중심의 5,000∼1만명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려 했다. 그러자 NSC 고위관계자는 파병안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함구령에도 불구하고 "파병 규모는 2,000∼3,000명선이 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특히 국방부의 한 핵심실무자는 11월 중순께 공식브리핑을 통해 "공병·의료 중심이 아닌, 한 지역의 치안유지를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가 다음날 이를 번복하는 해명 브리핑을 하기도 했다.
북핵 문제 해법을 둘러싼 갈등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공격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명기한 미국의 성명문안 수용 여부를 둘러싸고 양측이 충돌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같은 해 6월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와 아시아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외교 실무자들이 미·일 주도의 대북 제재방안과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등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을 때도 NSC 고위관계자는 한 TV 토론회에서 "미·일의 대북 압박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동참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주한미군 재배치와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상을 두고 NSC측으로부터 "미국의 자체적인 세계 전략 재편 구도 속에서 나온 계획인데 외교·국방부가 미군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 조현동 북미3과장
윤영관 장관의 불명예퇴진 사실이 알려진 15일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당사자인 조현동 북미3과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조 과장은 외국어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한 뒤 외시(19회)에 합격, 인사운영계장, 주미 대사관 일등 서기관, 북미국 한미행정협정(SOFA) 운영실장 등 요직을 거쳤다. 대미 협정을 담당하는 북미3과장에 임명된 것은 지난 7월. 조 과장은 외교부 직원 사이에서 국익에 대한 자기 소신이 뚜렷하다는 평이다.
지난 연말 주한 미 대사관 신축 부지 문제가 불거졌을때 노 대통령이 미 대사관 신축 검토 지시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시민단체가 정부의 외압이라고 할 텐데) 이제 끝났구나 하며 가슴이 철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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