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가 한국여성개발원에 의뢰해 처음 실시한 '전국가족조사'는 가족 공동체의 변화상과 이후 추세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여성부는 앞으로 가족구성원 사이의 공평한 의사결정이 보장되는 합리적인 신가족이 출현할 것으로 전망하고 양성평등한 가족문화 정립을 위한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가족과 출산에 대한 의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부부는 이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으나 '결혼 후에 배우자 외의 사람과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한 남성은 22.8%인 반면 여성은 13.3%에 그쳤다. 장래 배우자의 선택조건으로 여성들은 경제력과 직업(41.1%)을 압도적으로 꼽은 반면 남성들은 성격(30.2%)과 사랑(19.3%)을 우선했다.
특히 미혼 응답자 중 절반이 '아직 결혼계획이 없다'고 답해 결혼에 의존한 전통적 가족 형태의 변화를 예고했다. 남성의 경우 경제적 악조건을 결혼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뽑았으나 여성은 '하는 일에 열중하기 위해(26.2%)', '반드시 결혼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24.2%)' 등의 응답이 많아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당분간 결혼할 계획이 없다는 것을 뜻한 것으로 반드시 독신주의를 고집한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부부의 갈등과 친정 의존도
이혼율이 40%를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온 가운데 이혼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 부부는 22.0%에 달했고 '배우자가 계속해서 바람을 피운다면 무조건 이혼할 것'이라고 답한 부부는 57.4%에 이르렀다.
부부 갈등이 있더라도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자녀 문제(46.7%)'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그 다음은 '이혼한다고 나아질 것이 없어서(14.6%)'와 '부모 등 주변 사람을 실망시킬 수 없어서(11.6%)' 순이었다.
이혼율이 급증하는 것과 반해 '부부싸움을 거의 안 한다'는 부부도 40%가 넘었으며 부부싸움의 이유는 자녀문제(23.4%), 경제적 갈등(22.0%), 성격차이(17.3%) 등으로 나타났다.
한편, 시부모와 같이 사는 비율(11.6%)이 장인·장모와 사는 비율(1.7%)보다 여전히 훨씬 높게 났다. 하지만 같은 동네나 같은 시·군에 살면서 접촉하는 빈도는 남편이나 아내의 부모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장인·장모에게서 경제적 도움을 받는 비율은 18.1%로 시부모에게서 받는 비율(11.1%)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나 친정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서적인 면에서 장인·장모(12.1%)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시부모(3.7%)에게서 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관계와 가사노동
'장남이 부모를 모신다'는 전통적 부양형태도 변화해 본인의 집에서 거주하는 노인이 41.2%로 가장 많아 장남 집(32.3%)을 크게 앞질렀다. 사회복지기관이나 요양시설에 머무는 경우는 8.9%로 미미했다. 남편의 부모 부양 문제로 갈등을 경험한 가정은 22.1%였으나 아내 부모 문제로 문제가 생긴 경우는 이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가족의 상태는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우자와의 관계가 좋지 않거나 노인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건강은 비교적 나빴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은 경제적 문제(63.2%), 자녀 양육(43.9%), 직장 업무(28.0%) 순이었으며 자녀수가 적을수록,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건강상태가 양호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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