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벤처'들이 뜨고 있다. 기술력과 매출에서 대기업의 면모를 갖추고, 업계를 선도하는 신종 벤처기업들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오랜 불황에 따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슈퍼 벤처들은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하며 우리 경제를 떠받드는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삼성전자와 맞먹는 경제효과 낼 것
국내 벤처기업들의 2002년도 총매출액은 무려 59조원. 국내총생산(GDP)의 10.1%에 해당하는 수치다. 기업당 매출액도 2001년(57억원)보다 대폭 늘어나 68억원에 달했다. 3년째 벤처경기가 바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라 할 수 있다. 벤처기업의 수는 2001년부터 계속 감소해 7,800여개 수준으로 떨어졌고, 창업 및 신규투자액도 2001년에서 2003년 사이 1,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전반적인 악재에도 불구하고 업계 전체의 실적이 높아진 것은 상위권의 많은 기업들이 소위 '슈퍼 벤처'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모토로라 휴대폰 단말기를 생산하는 어필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7,000억원에 육박했고, 역시 휴대폰 업체인 팬택은 4,800억원(4억달러)의 수출고를 올렸다. 온라인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은 무려 1조2,500억원. 대한항공, 쌍용자동차와 맞먹는 규모다. 2000년과 2003년 사이에 이들의 성장률은 부문별로 연평균 20∼30%에 이른다. 다른 업체들의 부진을 상쇄하며 큰 폭의 성장세를 유지했다.
중소기업청은 최근 상위 100여개 슈퍼 벤처 기업들의 경제 기여도가 수년내로 세계적 우량기업인 삼성전자와 맞먹게 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2002년 이들의 매출 총액은 약 20조원. 삼성전자의 같은해 매출 총액은 40조원이었다.
기술력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 유지
슈퍼 벤처들은 단순히 외형적인 면에서만 '슈퍼'가 아니다. 기술력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11월 중기청과 벤처기업협회가 5,800여개의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50.8%의 기업이 '우리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특히 MP3 분야와 휴대폰, 반도체, 위성수신기 분야의 벤처들은 세계 최상위권의 기술력을 공인 받고 있다. 기술력에 대한 믿음은 미래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져 주가로 반영된다. 거래소와 코스닥을 합친 시가총액 100대 기업(2003년 말 기준)에는 벤처기업이 12개 들어 있다. 엔씨소프트, NHN, 다음 등 슈퍼 닷컴 기업들외에도 레인콤(63위), 유일전자(94위), KH바텍(95위), 휴맥스(98위) 등 기술 벤처들의 이름이 많다.
이들은 대부분 IT분야의 제조업체로, 내수보다는 수출에서 두각을 보였다. 슈퍼 벤처 반열에 든 매출액 상위 10개 업체 중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가 모두 제조업이었고, 이중 동화기업(바닥재 생산), 대원산업(자동차 부품)이 비IT업체다. 또한 매출 1·2위를 차지한 어필텔레콤과 팬택이 역시 수출부문에서도 각각 2위와 1위를 차지했고, 수출 상위 6개 업체가 모두 매출 10위권에 들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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