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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세대도 이땅의 역사에 관심 갖길"/ "청소년을 위한 장길산" 펴낸 황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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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세대도 이땅의 역사에 관심 갖길"/ "청소년을 위한 장길산" 펴낸 황석영

입력
2004.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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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을 읽어봤고 영화도 봤습니다. 놀라웠고 재미있었습니다만, 우리가 사는 현실을 잊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작품이란 현실과 부단히 들락날락하면서 구축돼야 하는 것 아닐까요."13일 '청소년을 위한 장길산'(김세현 그림·전10권·책이있는마을 발행)을 펴낸 소설가 황석영(61)씨는 "자라나는 어린 세대가 현실을 인식하고 스스로 자기의 운명을 굳세게 개척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 민족의 근원과 고유한 정서의 고향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요즘 우리 어린이들은 그리스·로마 신화, 해리 포터 등 판타지물, 외국 동화 등 서구 출판물을 읽더군요. 우리 민족이 살아온 모양과 풍속을 알려주는 책을 만나기가 수월치 않았습니다. 청소년을 위한 역사소설이 거의 없다는 것도 개작열을 북돋았지요."

'장길산'은 황석영씨가 1974년부터 10년 간 한국일보에 연재한 장편소설이다. 17세기 숙종 때 광대 출신 의적 장길산을 중심으로 한 녹림당이 관아와 부호를 털어 백성을 돕는 활약을 펼치는 이 작품은 해방 이후 최고의 역사소설로 꼽힌다. 원고지 1만5,000장 분량에 수많은 인물 이야기가 역사적 사건과 맞물려 전개되는 소설이 청소년이 읽기에 쉽지 않다는 생각에서 황씨는 '청소년을 위한 장길산'을 따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도 '심청' '손님' 등을 쓰는 데 바빠 4년 가까이 지난 뒤에야 손을 댈 수 있었다.

원작에서 1,000명이 넘는 등장인물에 대해 저마다의 일화를 소개했던 것을 간추리고, 주인공 장길산을 위주로 한 줄거리로 끌어갔다. 당시의 역사적 사실 가운데 생략해도 될 만한 곁가지를 덜어냈고, 옛말과 한자어 등을 쉽게 풀어 쓰는 등 청소년 눈높이에 맞췄다. 한 권이 1,500매 정도였던 부피를 500∼600매 정도로 줄였다. 황씨는 "내가 쓴 것을 내가 버리자니 아깝더라"고 웃었다.

"얼마 전 TV 드라마 '대장금'에 관해 엄마와 신나게 얘기를 나누는 어린이를 만났습니다. 아이들도 역사 얘기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황석영씨는 '장길산'이 그 동안 역사물에서 많이 다뤄진 궁중과 왕후장상의 음모와 암투가 아닌, 일반 백성의 생활을 그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성은 하늘과도 같다'는 옛말은 지금도 하늘빛처럼 퍼렇게 살아있는 말이지요. 과거의 백성은 현재의 민주 시민입니다. 오늘의 청소년은 내일의 민주시민이지요. 나는 청소년들이 '장길산'을 읽으며 '나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성찰하고, 역사와 만나 민주 시민의 자질을 기르기를 바랍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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