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NSC, 제자리로 돌아가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NSC, 제자리로 돌아가라

입력
2004.01.15 00:00
0 0

미국의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와 같은 이름의 간판이 우리 청와대에 걸린 것은 김대중 정부 때였다. 차관급인 외교안보수석이 사무처장, 사무차장이 1급이었고 초기에 상근직원이 8명을 넘지는 않았다.참여정부에서 NSC 사무처는 70여명이 상근하는 기구가 됐다. 사무처장인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은 장관급, 이종석 사무차장은 차관급으로 각각 격상됐다. 그런데 덩치가 불어난 뒤 NSC의 위상과 임무에 대해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 정권은 NSC를 출범시키며. 부처간 혼선을 막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조정을 위한 기구라는 뜻이다. 실제로 김영삼 정부의 외교안보팀에서 정책주도권을 둘러싼 다툼은 심했고, '냉탕-온탕'이라는 별명처럼 정책도 요동을 쳤다. 그러면 NSC의 인원이 10배 가까이 불어난 지금 부처간 조율은 원활할까. 최근 흐름을 보면 그렇지 않다. 외교관의 발언과 정책 항명을 이유로 중징계하는 사태는 문민정부 때도 없었던 일이다.

'원조' 격인 미국에서도 NSC를 확대하는 추세는 아니다. 조지 W 부시 정권은 NSC의 인원을 3분의1로 줄였다. 정책을 대통령과의 물리적 거리에 따라 결정하면, 장관은 물먹는 바보가 되기 때문이다.

카터 정권의 밴스 국무장관은 1980년 이란 인질구출사건은 시작은 물론, 실패로 끝난 뒤까지 전말을 몰랐다고 한다. 부시 대통령이 NSC를 축소한 것은 스스로 드림팀이라고 자랑했던 럼스펠드와 파월 등 장관들에게 골고루 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의 NSC는 정책 대립의 중간점에 있지 않고 대척점에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대외정책을 놓고 벌어진 이견들은 NSC 대 국방부, NSC 대 외교부 북미라인,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이 그랬고, 최근 외교관 징계사태도 마찬가지다. 갈등의 조정역이 아니라, 갈등의 원인이라는 말이 나올만하다.

그러는 동안 부처들의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외교부는 대미협상라인이 융단폭격을 받았고, 수뇌부가 휘하 직원의 징계과정에서 마저 물을 먹는 분위기다. 국방부는 기능형 파병론, 지역중심 파병론 등을 기자들에게 이론도 정연하게 설명했다가 다음날 번복하는 수모를 겪었다. 통일부에 대해선 조금 확대된 남북회담사무국으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NSC를 기관차로, 내각을 객차로 정책을 끌어가겠다면 그것도 하나의 선택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가 문제다. 대미관계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을 때, 또는 이라크에서 장병의 희생이 발생했을 때 책임은 외교·국방부 장관에게 돌아가지 NSC가 질 수 없다는 얘기다. NSC 조직 내부에도 이런 불일치가 존재한다. NSC의 권한과 책임 문제의 초점이 사무처장이 아닌 차장에게 모아지고 있는 점이다. 이라크 파병에 대해 '3,000명 혼성부대 파병' 기준을 언론에 먼저 흘린 것도 역시 NSC 고위층이다. 다음날 국무회의에서 주무장관은 기자들 앞에서 "처음 듣는 얘기"라고 당황해야 했다. 그러면서 부처 직원의 정보누설을 조사하는 것은 또 다른 모순이다.

외교안보부처의 당국자들이 협상에서 국익관철 보다는 원만한 타협을 지향하는 경향이 있다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NSC가 정책의 조정기구인지, 부처 통솔기구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일은 더 시급한 사안이다. 이를 교통정리하기 전에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이라는 말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유 승 우 정치부 차장swy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