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전후해 호주는 온 나라가 긴 휴가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의 명절 때처럼 3∼4일 정도가 아니라 보통 10일에서 보름, 때로는 한 달의 휴가를 갖기도 한다. 이 때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보통 여유로운 자동차 여행을 즐기는데, 우리나라처럼 고속도로가 붐벼 길에서 짜증을 낼 일은 없다.1년 전에 미리 호텔을 예약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캠핑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무렵이면 길에서 레저용 차량은 물론이고 자동차 뒤에 연결하는 캠핑용 차량인 캐러밴을 자주 볼 수 있다. 캐러밴은 마치 조그마한 호텔 같다. 더블 침대, 싱크대, 냉장고,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는 물론이고 화장실과 샤워 부스, 응접실까지 있어 몇 달씩 생활해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호주에는 캐러밴에 전기와 수도를 연결할 수 있는 캐러밴 파크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캠핑장에 가면 여행객들이 떠난 후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악취가 날 때가 많다. 또 고성방가를 하는가 하면 고스톱을 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시에서 관리하는 호주의 캠핑장에서는 공중 도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떠날 땐 주변을 깨끗이 정리한다. 아마도 호주의 캠핑족들은 하루 이틀이 아니라 보통 일주일 이상 머물면서 자연을 만끽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자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바다에서 서핑을 하는 사람, 낚시를 하는 사람, 아이들과 함께 크리켓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진다. 항상 마음이 바쁜 한국인인 나로선 부러운 일이다.
호텔에서 일하는 나는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늘 바쁘다. 그래서 지난 주에야 약혼자(호주인 스코트)와 함께 한국에서 온 조카 두 명을 데리고 캠핑을 다녀 왔다. 두 조카는 도시에만 살아 캠핑보다 편리한 호텔이나 콘도를 선호했다.
그러나 스코트는 한 때 두 달 동안 호주 외곽을 혼자서 자동차로 여행했을 정도로 자연을 즐기는 사람인데다 좋은 곳을 많이 알고 있어 여행길은 즐거움이 넘쳤다.
나 역시 처음에는 캠핑을 번거롭다고 생각했지만 지난해 7월 휴가 때 열흘 동안 스코트와 장장 4,000㎞를 운전하며 호주 곳곳의 아름다움을 맛본 이후로는 캠핑 마니아가 되었다. 그 때서야 나는 여행이 무엇인지, 캠핑이 왜 좋은 지 알게 되었다. 처음 캠핑 때는 옷들과 잡동사니를 잔뜩 가지고 갔는데 지금은 최대한 적게 가지고 떠난다. 그래야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자연의 묘미를 느끼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약혼자와 나는 호주 일주가 목표다. 호주 지도를 사서 다녀온 곳마다 색칠해 나가고 있다. 언젠가는 호주 전체를 색칠할 수 있을 것이다.
윤 미 경 호주/쉐라톤 미라지 골드코스트 호텔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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