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연두 기자회견에서 민생 안정과 경기 회복을 강조했다.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다. 노 대통령은 "일자리야말로 최고의 복지이고, 가장 효과적인 소득분배 방안인 만큼 일자리 만들기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말대로 줄어든 일자리와 벌어진 소득 격차로 서민들은 더욱 힘들어 하고 있다. 최근의 경제 상황이 외환 위기 직후보다 더 나쁘다는 지적은 결코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같은 방향 설정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노 대통령은 또 부동산 가격 안정,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 동북아 경제중심 실현방안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언급했다. 우리 경제의 현안을 총 망라한 셈이다.문제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두회견이 전반적인 구도를 밝히는데 치중하는 것이라 해도, 이번에 제시된 내용들은 이미 수 차례 지적됐던 것들이다. 핵심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봐도 그렇다. 무엇이 해결해야 할 과제인지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이고, 대책 또한 무수히 논의됐다. 고용 없는 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고용 흡수력이 큰 부분을 어떻게 육성하겠다는 뚜렷한 방안 제시가 부족하다. 사태는 급속도로 악화하는데, 총론만을 계속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투자를 꺼리기 때문이고, 이는 경제상황이 그 만큼 불투명하다는데 기인한다. 개인 소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하지만 이번 회견에서 이 같은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을 읽을 수 없었던 것이 아쉽다. 노 대통령은 '변화와 안정,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내세웠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 국민들이 정말로 희망을 가질 수 있는지 정부는 잘 모르는 것 같아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경제는 '말'로만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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