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수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지난해 4분기 이후 주가가 급상승했던 백화점·소매업 등 유통주들이 최근 소비 회복 지연 우려로 다시 주춤하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는데다 설 경기조차 예상보다 부진하고 그동안 성급한 실적 기대감으로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14일 주식시장에서 유통주 대표주자인 신세계는 1.83% 하락했다. 신세계 주가는 지난해 12월19일 장중 30만원 고점을 찍은 이후 올 들어 10% 정도 조정을 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올해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지난해 10월 말 이후 30% 가까이 상승했으나 이달 5일 이후 15% 가까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 같은 주가 흐름은 유통주들이 그동안 내수 시장 회복 및 설날 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단기간에 급등했으나 실제 4분기 실적을 집계해본 결과, 내수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대신증권 용상민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백화점 매출이 11개월 만에 2.5% 증가하며 회복세를 보인 것은 2002년에 없던 연말 세일 효과에 의한 것으로 아직 백화점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현재의 주가는 업황을 선반영해 고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지표는 지난해 12월 3개월 연속 상승하며 다소 나아진 것으로 나왔지만, 소비심리가 아직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보기 힘들고 1월 소비경기도 전년대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올해 백화점의 실적은 1분기까지는 부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미영 연구원은 "신세계가 소비 회복의 수혜주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12월 실적이 예상치를 밑돈 데다 펀더멘털(경제지초체력) 회복이 아직 미미하므로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결국 애널리스트들의 결론은 한 곳으로 모아진다. "내수 회복은 분명한데 강도가 약하고 본격 회복 시기도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증권 민영상 연구원은 "소비지표 추세로 볼 때 지난해 3∼4분기 바닥권 통과가 확실시되고 있으며 회복 속도는 느리지만 점진적인 소비심리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가시적 회복은 2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증권 오승택 연구원은 "고소득층의 소비자 기대지수가 102.1로 앞으로 소비경기 회복을 이끌 것"이라며 "지난해 11월말 이후 소매업 종목의 주가급등에 따른 부담감이 높아지면서 최근 주가 조정이 진행됐지만 추가 하락 때 긍정적으로 접근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결국 유통주에 대한 투자판단은 미래를 사느냐, 아니면 현실을 중시하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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