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계에서 '존경하는 스승'으로 불리는 이는 흔치 않다. 어쩌면 조동진(57)에게만 해당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그가 30일부터 3일동안 LG아트센터에서 음악회를 연다. 4년 만의 공연이다. 그를 음악 스승으로 여기는 많은 후배 가수들은 그의 무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예매를 서두르고 있다. 한 옥타브 음역을 넘지 않는 조용한 그의 노래가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지, 왜 많은 이들이 그를 존경하고 그의 음악을 사모하는지 희미하게나마 느낄 수 있는 자리다.1968년 이수만, 서유석의 목소리로 녹음한 '다시 부르는 노래'로 시작해 그는 40년 가까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동진 1집(1979)에서 5집(1996)까지, 발표한 음반은 다섯장에 불과하지만 그가 우리 대중음악에 미친 영향은 실로 크다. 우선 대중음악을 '예술'로 승화시킨 몇 안 되는 '작가주의' 음악인이란 점을 들 수 있다. 번안 가요가 주를 이루고 가요계의 상업화가 본격화한 시점에서 그는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고집한 최초의 대중 '예술가'였다. 1994년 예술의 전당은 대중음악인으로는 최초로 그에게 문을 열어줌으로써 예우했다.
90년대 들어서는 '하나뮤직'이란 음반기획사를 통해 후배를 양성해 스승으로서 소임을 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찬사에 그는 무관심하기만 하다. 모든 평가와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만의 성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그를 음악평론가 신현준은 '느린 속도로 흐르는 도도한 강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물을 보며'에서 그가 물을 보면서 관조하는 심정은 우리가 그를 볼 때 느끼는 심정과 같다. 강물처럼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결코 고여 있지 않고 어디론가 유유히 흘러간다."
그의 노래는 아름답다. 노랫말은 시어(詩語)처럼 살아 있다. "어떤 것으로도 음악의 아름다움을 희생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제비꽃'은 그의 순수한 음악 세계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예다. 아버지(영화감독 조긍하)의 영향으로 예술적 감성을 타고난 그의 노래는 한 장의 그림과 같다.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노래 '나뭇잎 사이로'만 봐도 그렇다. '나뭇잎 사이로 파란 가로등/ 그 불빛 아래로 너의 작은 얼굴/ 지붕들 사이로 좁다란 하늘/ 그 하늘 아래로 사람들 물결'. 시선의 이동을 따라 아름다운 그림이 슬라이드처럼 펼쳐진다.
철저한 연습으로 정교하고 완벽한 공연을 보여주기로 유명한 그의 이번 무대는 그룹 '어떤날'의 멤버로 함께 활동했던 동생 조동익과 장필순 박용준 등 젊은 음악가가 함께 한다. 노래와 어울리는 영상이 공연장을 채우는 가운데 '제비꽃' '당신은 기억하는지' '달빛 아래' '겨울비'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멀고먼 섬' '작은배' '슬픔이 너의 가슴에' 등 그의 아름다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30일(오후 7시30), 31일(오후 6시), 2월1일(오후4시) LG아트센터. (02)525―6929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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