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파인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이 13일 보수파에 맞서 "내각 총사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란의 보혁 갈등이 폭발 직전까지 치닫고 있다.이란 보수파 최고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지명 인사로 구성된 수호위원회는 최근 다음 달 20일 총선을 앞두고 개혁파의 승리가 예상되자 2,000여 명에 이르는 개혁파 인사의 총선 출마 자격을 박탈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이에 개혁파는 총선 보이콧 의사를 밝히고 자격 박탈자 명단에 포함된 80여 명의 개혁파 현역 의원들이 의사당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하타미 대통령은 이날 "일주일 내 자격 박탈 결정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나를 포함한 내각이 모두 함께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좌농성중인 80여 의원들도 이날 하타미 대통령의 "사태 해결을 위해 농성을 풀어달라"는 요구까지 거부한 채 정면 돌파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보수파 측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수호위원회 결정에 최종 권한을 가진 하메네이는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개입하지 않겠다"라며 관망 자세를 고수했다.
보수파가 후보자 자격 박탈이라는 강수를 둔 데에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2000년 총선에서 개혁파가 승리하고, 2001년 하타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파들은 개혁파의 세력 확대 차단에 나선 것이다.
보수파가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은 클 수 밖에 없다. 이란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은 이미 고조될 대로 고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법개혁, 언론자유, 경제개방, 여성의 참정권 확대 등 개혁파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은 학생, 지식인, 중산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또 새로운 정치주체로 등장한 혁명 후 세대는 보수파가 관철시키려는 이슬람 종교 논리보다는 세속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또 실질적으로 사법기관과 의회를 움직이며 이슬람 전통을 지키려는 수호위원회가 의회와 정부의 정치적 개혁을 번번이 좌초 시켜 이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개혁파에게 실질적인 힘을 갖게 하는 중요한 정치적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이란의 한 정치분석가는 "(보수파가) 유연함을 보여주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반대파들을 결집시켜 새로운 양상의 운동이 전개될 것"이라며 "결국 개혁파에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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