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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실감나는 동성애 연기 "실력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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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실감나는 동성애 연기 "실력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

입력
2004.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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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머 진짜 다 벗네." 뮤지컬 '풀몬티'가 공연되고 있는 서울 서초동의 한전아츠풀센터. 다른 뮤지컬에 비해 남편과 혹은 친구와 함께 온 30, 40대 여성 관객이 유난히 눈에 띈다. '풀몬티', 우리 말로 바꾸면 '훌러덩'이라는 뜻의 마지막 장면. 6명의 남자 배우들이 빨간 팬티 한 장 달랑 걸치고 펼치는 스트립쇼에서 관객의 수근거림은 이어진다. "동성애자로 나오는 배우 있잖아. 진짜 동성애자 아니야? 엉덩이도 예쁘던데…."주인공은 중견 뮤지컬 배우인 김장섭(35). 정통 뮤지컬 배우답게 함께 출연하는 인기 스타인 임하룡과 변우민 사이에서도 안정된 연기로 뛰어난 빛을 발한다. 극 중에서 약간 수줍은 말투,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넘기는 예민한 모습이 영락없는 동성애자다.

"실제는 여자를 좋아해요(웃음). 외강내유의 성격입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본 사람이라면 '팬텀' 역으로 열연한 그를 기억할 것이다. 곱상하고 동안인 외모에서는 '조폭마누라'의 박상면, '바람난 가족'의 집배원 역인 성지루와 서울예대 연극과 동기동창이란 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김장섭을 멋진 이미지의 뮤지컬 스타로 올려놓은 것은 '오페라의 유령'이었지만 원래는 푼수 연기가 주특기였다. "동성애자 역할은 99년 남경주 선배와 했던 '남자 넌센스'에서 다 배웠어요. 화장실에 가면 작은 일도 앉아서 보고… 머리 넘기기도 그 때 익혔죠."(웃음)

이번에는 벗어도 멋있게 보이려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고 하지만 역시 하얀 살결 때문에 효과가 있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데뷔작인 92년의 '캣츠'에서는 악당 고양이인 '맥캐버티'를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연기 폭도 넓다.

"7월에 공연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를 해보고 싶어요. 인간과 괴물 두 가지 역을 동시에 소화하는 폭 넓은 연기는 배우의 욕심이죠." 걸림돌은 30대 중반이 벌써 후배들에게 '선생님' 소리를 듣는 뮤지컬 배우의 조로(早老) 풍토. "풀몬티에는 40대 여배우도 많아요. 연기가 한창 물이 오를 시기인데… 몸값이 싸다는 이유로 젊은 배우들만 가지고 뮤지컬을 하면 발전이 없어요."

그래서 나이 들면 영화나 TV로 떠나기도 한다. "솔직히 방송에 욕심이 없는 건 아니에요. 방송에서 뜨면 실력과 상관 없이 무대에서 출연료도 많이 받고 주역을 맡을 수 있지만 뮤지컬에서 계속 주역을 맡아도 방송 가면 카메오 출연이 고작이거든요. 그렇게 출연하긴 싫어요."

최근 그는 뮤지컬 배우로는 드물게 매니지먼트사에 발탁돼 체계적 홍보에 들어갔다. "뮤지컬 배우만해서도 CF에 나올 수 있고,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그래야지요."

/글·사진=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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