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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특명/"객석과 코드를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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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특명/"객석과 코드를 맞춰라"

입력
2004.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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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복고풍 수입 뮤지컬이 많이 들어왔는데 흥행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20대가 대부분인 우리 뮤지컬 관객의 가슴에 닿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뮤지컬을 만든다면 '동갑내기 과외하기' 같은 소재로 해보겠어요." '난타'를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입성시킨 흥행의 귀재 송승환 대표의 말이다. 사실 지난해 '싱잉 인 더 레인' '킹 앤 아이' '토요일 밤의 열기' 등 외국 영화를 소재로 한 수입 뮤지컬이 모두 수십억원의 제작비를 들이고도 적자를 냈다. 오죽하면 '토요일 밤의 열기'를 끝낸 후 제작자인 배우 윤석화씨가 농담처럼 "이제는 뮤지컬계에서 하산해야겠다"고 했을까.공연장에서 만난 관객들의 반응도 생각보다 시원치 않았다. "제 값 주고 봤으면 아까울 뻔 했다"는 직설적인 반응에서 "스토리가 밋밋하고, 공감이 가지 않는다"는 점잖은 분석까지 폭 넓은 반응이었지만 재미가 없었다는 것은 공통됐다. 그나마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던 장면은 배우들이 애드립으로 넣었다.

그도 그럴 것이 '킹 앤 아이'류의 복고풍 뮤지컬은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관객이다. 그러니 코드가 맞을 리가 없다. 한 뮤지컬 관계자도 "중·장년층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했는데 힘들더라. 역시 우리 관객은 20대 여성과 그의 남자친구"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면 송승환 대표의 예상은 맞을 것인가. 지금까지 흥행 뮤지컬을 보면 분명 '그렇다'는 쪽이다. 같은 수입 뮤지컬이라도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 좌충우돌 수녀들의 이야기인 '넌센스 잼보리', 공연장을 옮겨가며 1년 가까이 하고 있는 50년대 로큰롤을 배경으로 한 '그리스'의 흥행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원작을 슬랩스틱 코미디로 만들었다"는 뮤지컬계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한국적 유머로 변형한 내용이 관객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즉 우리의 유머와 이야기를 담고 있어야 한다. 현재 윤곽이 드러난 뮤지컬도 이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30일부터 3월14일까지 서울 정동의 뮤지컬 전용극장 '팝콘하우스'에서 공연되는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대표적이다.

송승환 대표도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각색한 뮤지컬 '네버엔딩 스토리'를 10월쯤 선보일 예정이다. 숙명적 앙숙인 홍대 앞의 두 나이트클럽 집안을 배경으로 가수 이승철의 히트곡이 들어간다. 영화 '올드 보이'의 제작사인 쇼이스트도 영화 '친구'의 뮤지컬 작업에 들어갔다. 음악으로는 고(故) 김광석의 노래 등 22곡을 삽입할 계획이다. 창작 뮤지컬 '페퍼민트'를 제작한 SMGPAI의 이유리 대표도 '산울림'의 노래로 창작 뮤지컬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주유소 습격사건'이나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기 위한 물밑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송승환 대표는 "수입 뮤지컬은 어느 정도 들어왔다"며 "창작뮤지컬 활성화의 첫 단계로 내용과 흥행이 검증된 한국영화와 가요를 활용해 뮤지컬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은 문제가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노래와 영화는 주로 30대 이상의 가슴을 적시는 내용이다. 송승환 대표도 "뮤지컬 제목이 네버엔딩 스토리인 이유는 20대 초반을 조사했더니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제작사인 서울뮤지컬컴퍼니의 김용현 대표도 "영화와는 다르게 젊은 취향의 밝은 분위기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아바'의 노래를 소재로 삼은 '맘마미아'나 그룹 '퀸'의 노래로 만든 '위 윌 락 유' 등 예전 노래가 요즘의 히트곡 소재보다는 강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폭 넓은 연령대를 아울렀던 영화와 가요를 소재로 한 작품이 성공할지 아니면 철저하게 현재의 20대 취향에 맞추어야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확실한 것은 올해 뮤지컬계에서 두 가지 시도가 모두 이뤄질 전망이다.

/홍석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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