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날씨가 춥다지만 차가운 구치소에 갇혀있는 남편보다 춥겠습니까."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살을 에는 겨울바람을 맞으며 '국가보안법 폐지'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 송두율 교수의 부인 정정희(62·사진)씨는 자신보다 남편의 건강을 더 우려했다.'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시민모임'이 주최하는 2차 1인 릴레이 시위의 168번째 주자로 참가한 정씨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국가보안법에 대한 자세만큼은 결연했다. 정씨는 "국가보안법은 구시대의 유물로 지금까지 수많은 희생자를 양산해 왔다"며 "내 남편이 가장 직접적인 희생자라고 생각해 이 자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어머니를 따라 '시민모임'의 릴레이 1인 시위에 참가할 예정인 송 교수의 첫째 아들 준(29)씨도 "한국은 경제적인 면에서만 성장했지 이면에는 문제가 많다"며 "국가보안법 같은 후진적인 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지난 8일 릴레이 시위에 참여하기로 했던 정씨는 당일 오전 변호인으로부터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다. 평소 천식, 고혈압, 종양제거수술 후유증 등으로 고생을 해온 송 교수를 위해 변호인이 꾸준히 요청해온 정밀검진을 구치소측에서 허락했다는 것이었다. 정씨는 시위를 취소하고 헐레벌떡 검진이 예정된 경기 안양병원으로 향했지만 또다시 마음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추운 날씨에 잠옷 같은 얇은 옷(수의)만 입히고 마취에서 채 깨지도 않아 비틀거리는 남편을 포승줄로 동여매는 것을 봤어요. 구속 수감당할 때만큼이나 마음이 아팠어요."
정씨는 "내 남편과 우리 가족의 분노가 분노에만 그치지 않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통해 한국사회가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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