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상태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 정치권에 뿌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허술한 워크아웃 관리체계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다. 국민의 혈세로 회생을 모색하고 있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회사 공금을 함부로 빼돌리는데도 채권단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빈발하는 워크아웃기업 비리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워크아웃 적용을 받고 있는 구조조정대상 기업은 옛 대우 계열사 등을 포함해 모두 17곳(자율추진기업 10개, 계속추진기업 7개). 제도가 첫 도입된 1998년 6월 이후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간 83개 기업 가운데 대부분이 경영정상화를 통해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20% 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런 와중에 워크아웃 기업들의 비리사건이 주기적으로 빈발, 워크아웃 제도 자체에 허점이 계속 노출되고 있다.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대우건설의 경우 워크아웃 기간에 무려 300억원대(검찰 추정)의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 로비자금이나 임원판공비 등으로 흥청망청 쓴 것으로 드러났다.
대우건설은 대우그룹 부도 사태 직후인 2000년 3월 채권금융기관과 협약을 체결,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지난해 12월 경영정상화로 졸업한 기업. 이보다 앞서 동아건설은 워크아웃 기간 38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2000년 4·13 총선 당시 60여명의 정치인에게 7억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가 작년 4월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워크아웃 관리 허점투성이
통상 워크아웃 절차가 개시되면 해당기업에는 채권단의 자금관리단이 파견돼 자금흐름 일체를 감독하게 되며, 해당기업은 채권단과 이행각서(MOU)를 체결해 정기적으로 자구계획 이행 여부를 점검 받아야 한다.
따라서 이들 기업이 채권단의 눈을 피해 '딴 주머니'를 차고 있었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채권단의 관리감독 자체가 허점투성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실제로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공식적인 재무제표 상에 나타나지 않는 자금흐름까지 제3자인 채권단이 파악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더구나 건설회사의 경우 워낙 하도급 계약이 많고 장부 외 거래도 많기 때문에 부조리가 있어도 사전에 발견해내기가 힘들다"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금융계에선 보다 투명한 채권단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채권단은 통상 공식적인 자금흐름만 감독하고 경영권 자체는 해당기업에 일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경영효율성을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정보독점을 막는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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