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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참아야 하는 경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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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참아야 하는 경박함?

입력
2004.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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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는 눈이 내리는데 연습실 안은 전쟁터다. 배우와 스태프 등 30명 가까운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저녁식사를 배달해 온 식당 아저씨의 어깨에서 추적추적 녹아 내리는 눈을 보고서야 '아직도 눈이 내리네' 하고 혼잣말을 해본다.모두들 얼굴이 엄숙하고 심각하다. 다른 일 때문에 연출자를 찾아 왔던 친구마저 말 한 마디 못 건네고 몇 시간 째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출자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워 물고 노배우는 조금씩 지쳐가고…. 소음 때문에 난방시설까지 꺼버려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들은 춥기까지 하다.

이때 연습실로 통하는 작은 방문이 열리더니 이제 막 연극에 발을 들여놓은 어린 배우가 나온다. 모양새가 한숨 늘어지게 자고 나온 듯하다. 힐끗 쳐다보는 선배들의 시선이 날카롭기만 한데 정작 본인은 무심한 표정이다. 여전히 졸린 눈을 비비며 멍한 표정으로 빈 의자를 찾아 앉는다. 아마 나중에 등장하는데 뭣 하러 죽 앉아 있나 싶었나 보다. 무대 감독이 계속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처음 무대에 선다는 그 배우는 이제 하품까지 한다. 노려보는 사람 눈만 아프지 싶다.

연습이 끝나고 여전히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서 나오는데 그쳤던 눈이 희끗희끗 다시 날리기 시작한다. '휴' 하고 한숨을 내쉬는데 그 졸던 친구가 생기발랄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선배님들 걱정 마세요, 잘 되겠죠 뭐."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그 친구야 별 생각 없이 던진 말이겠지만, 은근히 화가 난다. 우리가 너무 경직된 게 아닐까 반성도 해봤지만, 꼭 나 몰라라 하는 소리처럼 들려서 영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밖에는 눈만 내리고….

길 해 연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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